<대덕벤처밸리>떠오르는 밸리스타...동양엔터프라이즈 정종호 사장

벤처기업인 동양엔터프라이즈를 창업해서 이끌어온 지 1년 3개월. 황무지를 헤엄치는 기분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경험을 이야기하려 한다.

행여 최근에 불고 있는 벤처기업 열풍에 휩싸여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창업하거나,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도외시한 채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일관할 때 그 장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진리를 함께 되새기며 말이다.

혹독한 IMF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매서운 바람은 대덕연구단지에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98년 중순 당시 캐나다의 NRC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우리나라의 상황은 설명이 필요없으며, 필자가 몸담고 있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축소 지향적인 경영이 불가피했다.

그러면서 연구원 창업지원제도가 생겨나고 장래를 고민하며 모험을 하고자 하는 연구원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처와 함께 몇날 며칠 밤을 새워 고민을 한 끝에 용감하게(?) 창업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짧지 않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경험과 캐나다 연수 당시에 익힌 센서 응용기술을 활용한다면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는 부푼 확신을 가지고 모든 「생활 주변기기들의 로봇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기세좋게 출발하였다. 적어도 곳곳에 숨어 있는 복병들과 싸우며 새내기 중소 제조업의 각종 어려움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보무가 사뭇 당당했었다.

처음 시장에 출시한 제품은 「구두닦는 로봇」. 창업 당시 제품이 보도되면서 일반인의 눈길을 한눈에 모았고 창업 1개월 후부터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있는 6개의 총판에 주문이 쇄도하고 나날이 늘어나는 매출로 마치 성공을 눈앞에 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마치 방송가의 반짝 스타들처럼 뿌리가 깊지 못한 새내기 기업의 한계는 금방 찾아왔다. 경영 및 기술개발 자금의 한계, 마케팅 기법의 부족, 사회적 기대치에 못미치는 기술개발 속도 등이 회사를 조여오기 시작했고, 몇 차례 파산위기가 밀물처럼 닥쳐왔다.

정말 추운 날들을 직원들과 함께 견뎌내야 했다.

『가진 것이 기술뿐인 우리가 살길이 기술개발 아니고 무엇이 있겠느냐. 돈은 돈이고 기술은 여전히 우리 몫이다』를 외치며 견딘 세월이 결코 짧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다행히 창업 초기부터 준비한 후속 모델 및 추가 아이템의 참신성이 인정되어 미국과 호주, 중국 등의 해외 시장을 개척해냈으며, 아직은 부끄럽지만 국내 선두주자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모 창업투자회사로부터 투자도 유치하였으며, 자본금은 창업 당시의 10배로 늘었고, 매출 역시 해마다 10배 정도 늘어나고 있다. 뉴욕과 중국에 현지법인 설립 및 제3시장 진입도 꿈이 아닌 현실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더 많지만 감히 여러 기업의 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경험담 중에 피부로 느낀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처음의 진취적인 발상보다는 그것을 완성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과 둘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지속적인 연구·기술 개발의 필요성이다.

부디 멀지 않은 장래에 훌륭한 벤처기업인들이 이 나라의 경쟁력 제고와 발전을 추동해내는 날들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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