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몽헌 형제 회장간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교통정리로 일단 봉합됐지만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경영권 다툼은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 밀실 인사, 주주 무시 등 재벌 체제의 문제점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향후 현대그룹의 이미지와 행보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부채가 많고 주가가 낮은 회사인데 경영진마저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대그룹의 이미지가 상당히 실추되는 한편 국내외 투자자들이 현대 계열사에 대한 투자를 한동안 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경영자협의회에 참여해 이번 분쟁을 종식시켜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인식을 불식시켰지만 지난 13일동안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권력 누수를 좌초했다.
따라서 정 명예회장의 힘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으로 보여 언제든지 제2차 왕자의 난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잠재해 있다. 이 점이 정몽헌 회장의 순항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몽헌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그룹 전문경영인들이 몽구파와 몽헌파로 갈려 주군을 위해 충성함으로써 전문경영인 모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남기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인해 정몽구 회장이 갖고 있는 자동차부문의 분리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현대그룹 사태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중재로 일단락되긴 했으나 기업의 1인지배체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재벌구조조정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의 황제식 경영 방식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개편하고 기업이 족벌경영체제에서 벗어나 국민과 투자자들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국내 재벌기업들의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룹 김재수 구조조정위원장도 『이번 경영권분쟁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과 주주 국내외 금융기관에 다시한번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혀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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