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이 도래하면서 국가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아졌다. 손 놓고 앉아서 목청 높여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저절로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7일 열린 경제경책조정회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 창출하는 국가 전반의 새로운 변화상에 대해 관련부처 장관들이 인식을 공유하고 범정부 차원의 정책대안을 개발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부처간 업무 영역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지만 우리 앞에 다가온 디지털시대라는 변화의 물결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기존의 국가 기본운영틀에도 과감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 동안 부처간 영역다툼이나 이기주의식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같은 사안의 정책을 놓고도 중복 또는 대립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관들이 범정부 차원의 제반 정책과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최대 공약수를 찾는다면 효율적이고 내실있는 정책 추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인터넷 직거래의 확산과 중간단계 축소 등 디지털 혁명이 몰고오는 사회 전반의 변화상과 이에 대한 주요 정책방향을 발표했다고 한다. 안 장관이 밝힌 주요 내용은 2005년까지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을 완료하고 디지털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며 벤처기업 창업지원과 수출지원을 강화한다는 것 등이다.
우리는 이번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된 정책과제들이 차질없이 추진되려면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함께 보완할 점이 있다면 즉시 개선하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디지털 혁명시대의 제반 정책과제는 앞으로 정부와 국민들에게 주어진 공동의 실천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제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인식공유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개발과 추진은 디지털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관건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디지털시대의 경제와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은 기본적으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책을 발표하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정책은 발표했는데 실천이 안되거나 예산이 없어 구두탄으로 그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또 기존의 법령이나 제도가 시대의 변화에 부적합하다면 개정 또는 보완해 디지털시대의 각종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 산업이나 생활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해킹이나 바이러스·음란물 유통 등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정책과제가 한두 번의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한다고 해서 일시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부처들이 우선 순위에 따라 이미 결정된 정책과제를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추진하고 문제점이 나타나면 즉시 개선 또는 보완할 때 디지털 강국은 앞당겨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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