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관련 기사 중에서 보통사람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주제는 도메인으로 떼돈 벌었다는 이야기다.
단돈 몇 만원으로 등록한 도메인 가치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요지경세태 속에서 보통사람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거나 「나도 등록해봐야지」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인터넷 경제 환경에서 좋은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사업 콘셉트와 잘 들어맞는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은 인터넷 사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도메인 선점을 위해 몰려드는 시점에서 우리가 상기해야할 사실은 현재의 도메인 시스템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도메인으로 횡재한 몇몇 한국인의 무용담도 나오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지금 영문도메인시스템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계층은 바로 미국을 비롯한 앵글로색슨 국가의 네티즌이다.
전세계에서 인터넷 도메인이 등록될 때마다 어김없이 돈을 챙기는 쪽은 미국의 도메인 관리 업체다.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슈퍼도메인의 가치도 알고 보면 영어권 국가의 사회, 문화, 경제적 판단 기준에 의해 정해진다. 즉 인터넷 경제의 관문인 도메인을 영문표기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전세계가 영어문화권의 영향력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애당초 미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이 그들 언어인 영문 위주로 발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영어로 구성된 도메인이 우리 나라를 비롯한 대다수 비영어권 국민들에게 인터넷 보급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비영어권 국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 3년 전부터 자국어 도메인 체계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에는 각국의 도메인 정책 당국자들이 모여 자국어 도메인 관련 현안을 다루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저마다 자국의 이익에 유리한 자국어 도메인 표준 제정을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며 국내 도메인 관련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영어가 인터넷 경제의 표준언어로 정착한 마당에 지역언어로 도메인을 다시 책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웃 일본에서는 영어를 제2국어로 정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마당에 우리나라 내에서만 통용되는 지역 도메인 체제를 만들어서 뭐하겠냐는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다.
단순히 기술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지역도메인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불합리한 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초등학교도 안들어간 어린이가 인터넷을 쓰기 위해 한글보다 알파벳을 먼저 익히는 상황이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기성세대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터넷 경제의 기본축인 웹사이트를 다른 나라의 언어체계로 인식하는 한 우리나라가 인터넷 세상의 중심국가에 드는 일은 영원히 요원한 일이다.
과거 압도적인 중국문화의 영향권에 들어있던 조선땅에서 한자라는 세계 표준을 거스르면서 훈민정음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민족의 문화적 위치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한글도메인 표준화작업은 단순히 한국인이 쓰기 쉬운 인터넷 환경을 만든다는 의미 외에도 인터넷 세상을 우리의 언어체계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훈민정음 창제작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가 저마다 자국에 유리한 지역 도메인 체제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이익을 관철하려면 정부와 관련 민간업체, 이용자간의 긴밀한 상호협력이 필요한 때다.
국민들의 정보화 능력을 빠른 시일 내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우리 후손들이 올바른 정체성을 가진 인터넷 세상의 주역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작금의 한글도메인 구축작업에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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