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표준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지금과 같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TCP IP라는 표준 프로토콜에 힘입은 바 크다. 그만큼 사이버 공간에서 표준이 차지하는 역할은 지대하다. 인터넷상에서 공통된 표준이 있어야 물건을 살 수 있고 지불이 가능하며 효율적으로 각종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더욱이 물건을 사는 소비자부터 공공기관, 교육단체, 유통·제조업체 등 실물 공간의 경제 주체가 인터넷을 매개로 모이는 사이버 세상에서 표준은 인터넷 그 자체라 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미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표준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위한 인프라로 보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표준화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작업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의 상황과 우리의 현실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표준은 분야별로 세분화할 정도로 범위가 넓다. 크게 기업간거래(B2B)에 필요한 문서와 전자 카탈로그, 전자상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불과 보안, 인증 표준을 들 수 있다. 이미 국제 표준화 단체가 이를 위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중이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독자적인 표준을 개발해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추진중이다.
커머스넷과 미 국방부는 공동으로 B2B 전자상거래를 위한 전자 상품 카탈로그 표준을 개발중이다. 비자와 마스터도 SET, IC카드 표준인 EMV, SET를 결합한 C-SET 등 각종 전자지불 표준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자문서교환(EDI)과 관련해서는 유엔 산하 표준화 단체에서 국제 표준인 UN EDIFACT를, 미국이 자체 표준인 ANSI X.12를 개발해 보급에 나서고 있다.
암호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국가 표준으로 채택한 DES가 있으며 공개키 암호화(PKI) 방식은 RSA가 사실상 표준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인증 분야에서는 ITU에서 X.509를 표준으로 제정했으며 국제 인터넷 관련 표준화 단체인 IETF에서 PKI워킹그룹을 통한 표준화 작업이 활발하다.
반면 국내에서 표준화 작업은 이제 시작수준이다. B2B 상거래에는 전자카탈로그와 EDI 표준화 작업이 활발하다. 전자 카탈로그와 관련된 표준은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전자상거래연구조합 등에서 독자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미 전자상거래연구조합은 표준화 사업단을 발족하고 건설자재와 관련한 상품 카탈로그 표준을 완성했다. 조합은 20여만개에 달하는 건설 자재와 관련한 분류체계, 품목번호체계, 물성치 등을 표준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조합은 사무용품·섬유류·기계·전자제품 표준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 전자거래진흥원은 최근 올해 주요 사업의 하나로 B2B 전자거래에 필요한 상품 표준화 작업으로 정하고 표준화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유통정보센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통용이 가능한 글로벌 표준의 국내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통정보센터를 제외한 다른 단체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별개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앞으로 적지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표준화 작업은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서 국내 B2B 전자상거래시장 활성화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표준화 미비로 구매와 공급업체간 시스템 개발이 진척되지 않고 전자거래 구축에 난항을 빚고 있는 것이다. 상품 분류 체계 및 수·발주 업무가 표준화가 안돼 공급업체의 중복투자는 물론 과다 비용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안은 없나=표준화는 시스템간의 상호 연동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사회적으로도 표준화가 제대로 되어 있으면 중복 투자를 방지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창출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는 유통은 물론 제조업에도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혁명이다. 이런면에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에 관련된 표준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B2B 거래에 있어서 표준은 프로젝트 자체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중요하다. 온라인에서 상거래는 물론 조달·생산·물류·판매 등 오픈라인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데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이다.
특히 국내 표준화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글로벌화다. 인터넷을 매개로 점차 개방화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또는 업체 위주의 표준은 가급적 지양하고 세계 표준을 따라갈 수 있는 체계와 구조를 가져야 한다. 또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이나 제품은 국제 표준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국내 전자상거래가 아직 초기 단계임을 감안할 때 정부와 민간, 학계가 하루라도 빨리 머리를 맞대고 표준화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8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