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교환기가 근거리통신망(WAN) 분야에서는 쇠락을 면치 못했지만 원거리통신망(WAN) 분야에서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는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원거리통신망(WAN)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ATM 성장세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업계 예상처럼 ATM 장비가 기존 WAN 장비인 프레임릴레이 장비를 대체하는 것은 분명하나 TCP/IP에 근간을 둔 인터넷의 탄생은 통신사업자나 기업에게 기존 WAN의 업그레이드보다는 라우터에 기반한 인터넷 망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 셈이 됐다.
현재는 세계 2위의 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지난 95년까지만 해도 가능성 있는 기업에 머물렀던 시스코시스템스가 주도한 라우터는 웹 기반의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인터넷 망에서도 음성·영상 신호를 실어 보낼 수 있는 기술까지 선보이면서 당초 음성·데이터·영상 통합이라는 취지로 출발한 ATM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망 구축이 용이하고 저렴하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인 두루넷은 초창기 망 구축 단계에서 ATM 위주의 인터넷 망을 구축하다가 아예 라우터 망으로 교체해 버리기도 했다.
인터넷 서비스가 주력인 ISP들의 이 같은 시각과는 달리 전용회선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야 하는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서비스마다 따로 구성돼있는 망을 어떤 방식으로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최근까지 한국통신의 초고속망 구축을 진행했던 홍창희 부장은 『현재 프레임릴레이, 인터넷, ATM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신뢰성 있게 통합할 수 있는 기술은 ATM밖에 없다』며 『그 동안 비싼 제품 단가가 ATM 망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ATM 교환기의 상용화가 이뤄진 후 가격은 해마다 급락, 단가문제도 해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등한 집선율을 보장하는 라우터와 ATM 교환기의 단가를 비교해보면 최근에는 ATM 교환기가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ATM 장비의 날개를 달아준 것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이나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 등 새로운 초고속가입자망. 이 신호를 집선해 각 지역으로 보내주는 기간망으로 ATM 망이 비용대비 성능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데이타크레프트의 김영훈 부사장은 『ADSL이나 BWLL 신호를 직접 라우터에 연결할 수 있지만 라우터의 특성상 회선수가 많아질수록 속도가 느려지는 단점이 있다』며 『대부분의 해외 통신 사업자의 경우 ADSL 신호를 집선하는 간선망으로 ATM 망을, 인터넷 망은 라우터 망으로 구성, 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식에 따라 한국통신·데이콤·하나로통신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은 ATM 망과 라우터 망을 혼용하는 기간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ATM 국내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60% 이상 성장한 1000억원의 시장이 예상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완벽한 통신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통신사업자는 놓인 상황에 따라 최선의 진화방안을 채택해야 하며 현재상태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이 ATM 망』이라고 지적한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84억 5000만 달러에 이른 세계 WAN 시장에서 ATM 교환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했으나 오는 2003년에는 63%(55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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