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자와 순진한 남자. 유럽의 따사로운 자연 햇살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 「언더 더 선」은 순수한 로맨틱 드라마의 환상을 재현해 주는 영화다. 1950년대의 야릇한 혼란의 정서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 기가 질릴 때쯤 영화는 관능적인 코드와 추리적인 요소를 통해 긴장감을 준다.
「언더 더 선」은 친 할리우드적인 유럽영화의 노선을 답습하고 있지만 독특한 캐릭터의 긴장감은 잘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삶의 모습들은 때때로 고지식함이 느껴질 정도로 답답하지만 감독은 그를 통해 변치 않는 순수한 사랑의 힘을 전하려 애쓴다.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우직한 늙은 총각과 기회와 꿈을 찾아 영민하게 머리를 굴려대는 젊은 세대와의 교류는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39세의 노총각 올로프. 그는 혼자 농장을 경영하며 살고 있지만 글을 읽지 못한다. 그의 유일한 젊은 친구 에릭은 순진한 올로프의 잔심부름을 하며 그에게 돈을 뜯어가며 산다. 올로프는 어느 날 가정부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내고, 금발의 매력적인 앨런이 집안에 들어오게 된다. 집안 일을 도와 줄 여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올로프의 핑계였고 39세가 되도록 키스 한번 변변히 못해 본 올로프에겐 사실 「같이 사랑할 여자」가 필요했던 것. 올로프는 모든 것이 기대 이상으로 완벽한 앨런에게 만족해 하지만 에릭은 그녀가 올로프와 자신의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올로프와 앨런은 점차 사랑을 느끼게 되고 이에 질투와 욕정을 느끼는 에릭은 노골적으로 앨런에게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 숫총각인 올로프 역시 앨런과 관계를 가지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는 매력적인 앨런의 과거를 밝히지 않은 채, 관객들에게도 의혹과 욕망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에릭의 시점으로 둘의 사랑을 바라보게 한다. 올로프에게 꿔 간 돈을 갚으라는 앨런의 추궁으로 인해 에릭은 앨런의 과거를 밝혀내고, 마침내 앨런은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올로프 곁을 떠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올로프는 에릭에게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에릭은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편지를 바꿔서 읽기 시작한다.
영화에 드러나는 삼각관계의 대립과 갈등의 구조는 상당히 복고적이면서 단순하지만 세련된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 1950년대 농장에서 펼쳐지는 자질구레한 일상의 모습들은 섬세하게 과거에 대한 친근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에서 오히려 평안함과 진실의 힘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언더 더 선」에서 느끼게 되는 「작은 기쁨」이다.
<엄용주 영화평론가 yongjuu@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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