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자
정보통신부가 노트북 인터넷PC 전문회사의 설립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다. 이 계획은 지난해 8월 계층간 정보격차를 해소시킨다는 명분 아래 추진했던 데스크톱형 인터넷PC 보급사업의 연장선 성격이 짙다고 하겠다. 당시 인터넷PC 보급계획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공급제품의 가격과 기술적 규격을 결정해버린 꼴이 돼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 등 이른바 주요 기업들이 이 사업에 끝까지 불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노트북 전문회사 설립이 포함된 정부의 이번 계획 역시 여러 시장원리 위배요소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전문회사를 기존 11개 인터넷PC업체 공동출자 형태로 설립한다거나 저가품을 내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도록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새로 설립되는 회사가 공급하게 될 주력제품이 아직은 선택구매 또는 사치품에 해당되는 노트북PC라는 사실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PC사업이 그런대로나마 호응을 얻었던 것은 공급대상이 구형 PC조차 구하기 힘든 농어민과 도시빈민층 등 정보화 대열에서 소외된 계층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주요 기업들이 소외계층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시장을 계도한다는 차원에서 인터넷PC 공급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번 계획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명분과 취지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급제품이 데스크톱이 아닌, 200만원대 내외의 노트북PC인 점은 논란의 차원을 넘어 본래의 정책취지를 벗어날 가능성이 많다. 적어도 노트북PC를 구입하게 될 다수의 소비자들이 농어민이나 도시빈민 등 소외계층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트북 인터넷PC의 주요 공급대상은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일반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정부정책은 명분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도 몇 가지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앞서 언급한 대로 정보화 소외계층에 싼 가격으로 인터넷PC를 공급하자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이른바 주요 기업들이 공급하는 노트북PC의 시중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가격의 경우 정부측 한 관계자가 최근 한 공식 모임에서 시중 노트북PC에 가격인하 여지가 많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앞장서 정보화 빈부격차를 줄이며 정보기기의 시장가격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정책을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별도의 회사 설립을 통해 저가의 노트북PC 공급을 주도하겠다는 정책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는 정부가 왜 이런 식으로 자꾸만 시장에 개입하려는지를 묻고 싶다. 과도한 개입은 자율경쟁을 통해 생존하려는 다수 기업들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뿐이다. 정보화 대국인 미국이 국가정보기반(NII)구축사업 등을 벌이면서 모든 것을 민간 주도로 하고 정부개입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우리 정책당국은 깊이 새겨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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