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법 시행령 문제 드러나면 고쳐야

말도 많던 방송법 시행령이 7일 확정됐다. 이제 방송법 시행령은 대통령 서명을 거처 오는 13일에 공포하는 과정만 남겨놓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시행령은 정부와 방송위원회·방송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돼 조정되지 않고 지나치게 정부 중심으로 결정됐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령이 공포된 이후에도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방송위원회의 자율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전협의라는 형식으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수급·유통에 미치는 방송사업자 구도의 변경 등 방송정책에 문화부의 직접적인 간섭이 가능케 한 것이다. 이는 방송위의 역할을 모호하게 만들고 지상파방송은 물론 위성방송·케이블TV방송 등 방송산업 전반에 걸쳐 정부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방송위 임원 2명에 공무원을 임용하도록 한 것이나 방송위가 제시한 KBS·MBC에 대한 시장점유율 한도 예외 적용의 철폐, 국내외 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에 대한 문화부와의 합의조항 철폐 등의 개선내용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개혁을 전제로 한 방송법 시행령 제정이 사실상 개혁에서 후퇴하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정부의 간섭 자체가 무조건 개혁에 반하는 것만으로는 볼 수 없다. 방송산업이라는 것이 공공성에 기초를 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라는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 놓고도 실질적인 결정권을 제약한다는 것은 문화부가 방송위를 예속시켜 방송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고, 이는 분명 반개혁적인 요소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사실 방송법 시행령은 문화부와 방송위원회·방송사업자·시민단체·언론단체 등 다양한 계층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입안단계에서부터 논란이 소지를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공청회와 워크숍이 수차례 열려 다양한 의견이 제출됐다. 그렇지만 충분한 검토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 반영된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방송위 관계자들이나 관련업계·시민단체 등의 법령에 대한 불만 표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잘못된 조항이 들어 있더라도 일단 제정되면 법령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는 사실상 시행이 결정된 방송법 시행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법령의 운용이며 이 과정에서 문화부가 얼마나 방송위의 위상을 높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 법령 운용과정에서 나타는 부작용들을 수용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마련된 방송법과 시행령이 정부를 위한 것도, 방송위나 관련업계 및 시민단체를 위한 것도 아니며 오로지 국민의 편익과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 법령운용에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국민의 시각에서 개선 또는 보완해 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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