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불법 사행성 경품 게임기 이용 허가

정부가 판매금지된 사행성 게임기에 대한 경과규정을 통해 이의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지침안을 마련, 각 시군구에 내려 보내자 법 형평성을 무시한 특정업체 봐주기란 비난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관광부는 최근 「경품 제공용으로 사용중인 게임물에 대한 처리 지침」이란 공문을 통해 종전 공중 위생법에 의거해 검사를 받은 경품 제공 게임물을 이달부터 2001년 5월 8일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 분류된 비경품 게임물에 대해서는 경품제공 게임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혀 형평성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공중위생법을 근거로 심의를 받은 경품 게임기들이 현재 시중에 125종 33만8000대 정도가 유통되고 있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면서 『현재의 음비게법상으로 유통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모두 불법물로 처리할 경우 오락실 업주들의 반발과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경과 규정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부측은 또 문제가 되는 경품 게임물의 경우 음비게법 부칙 5조의 관련 조항에 따라 2001년 5월 8일까지 등급 재분류를 실시토록했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 및 관련단체에서는 문화부가 슬롯머신, 릴, 띠식 짝맞추기 등 불법 사행성 경품 게임기의 사용을 묵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불법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이들 게임기에 대해 지난해 불법으로 간주, 단속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오락실 게임 관련 단체들과 간담회를 개최, 오락실 업주들의 단체를 제외한 관련 업계에서 「허용 불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오락실 업주들의 편을 들어주기 위한 행정이라고 문화부를 힐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사행성 게임기의 경우 당초 경품 게임기가 아닌 전자기판으로 심의를 받은 후 불법으로 개·변조돼 경품 게임기로 사용하고 있어 처음 심의를 내준 공중위생법을 어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행 음비게법상으로 명백히 불법물임에도 문화부가 이의 사용을 허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문화부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특히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아케이드게임기 심의를 맡고 있는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행 음비게법상으로는 슬롯머신, 릴, 띠식 짝맞추기 등의 경품 게임기는 사행성이 높아 심의를 내주지 않고 있으며 올들어서도 10여 개의 제품에 대해 사행성을 문제삼아 사용불가 처분을 내렸다』면서 『사용불가 판정을 받은 게임기 제조업체들이 이같은 문제점을 제기하며 법의 형평성을 들고 나올 경우 솔직히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기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도 『음비게법 테두리 안에서 도저히 심의가 날 수 없는 게임기들이 일선 오락실에서는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은 게임기 제조업체들에게 불법 제조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조치를 철회하든지 아니면 형평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현행 경품 게임기의 심의 수준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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