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69)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31>

그의 명함을 보니 중화토지개발주식회사 회장 유림이라고 쓰여 있었다. 유 회장은 얼굴이 갸름하면서 미남형이었는데, 약간 수줍어하면서 눈에 웃음기가 도는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얼굴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것과 사업은 별개였기 때문에 그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라고요? 중국에 진출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까?』

소파에 앉기를 권해서 내가 자리에 앉자, 의자에서 일어나 나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었다. 무역회관에 한 사무실을 임차해 쓰고 있었는데, 이십여평의 방에 반을 칸막이해서 회장실로 쓰고 있었다. 사장이 없는 회장이었다. 사무실의 의자 배치로 보아 직원은 모두 대여섯 명에 불과했는데, 남자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말이 회장이지 조그만 오퍼상을 연상시켰다.

『저의 회사가 주로 하는 것은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입니다.』

『김선호 부회장님한테서 최 사장님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공장자동화를 활성화할 만한 입장이 못됩니다. 그곳 진출은 시기 상조일 것 같습니다만.』

김선호 부회장은 그를 소개한 나의 학교 선배를 말하고 있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그룹 건설회사의 부회장으로 있는데, 중화토지개발주식회사 대표 유림과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자 김선호가 떠올랐다. 유림이 그룹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 김선호가 같은 그룹의 대표이사 일을 하고 있었다. 같은 그룹사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잘 아는 사이가 틀림없었다. 이와 같이 인맥을 찾아 소개를 받는 것은 비즈니스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나를 소흘하게 취급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사업의 타당성보다 그것을 하고 있는 사업가 개인의 신뢰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업은 좋지만,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을 잘 모르면 계약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장자동화 시스템으로 중국에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고 저의 회사에서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댐의 물 관리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홍수를 예방하는 댐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서 운용하지요. 수자원공사의 댐 관리를 제가 합니다. 한강의 홍수를 제가 막지요.』

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는 재빨리 알아 듣는 눈치였다.

『양자강이나 송화강 댐 관리?』

『그렇지요.』

『그거 말 되는군요. 중국은 홍수로 골치를 앓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