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커 햇볕론

세계적인 인터넷업체들이 해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야후·e베이·아마존·E트레이드 등 내로라하는 유명 사이트가 해커의 공격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피해를 입어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급기야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해킹당한 업체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해킹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정도라면 누군가가 사이트를 다운시키겠다고 협박하면서 거액의 돈을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말 그대로 해킹을 통한 전형적인 사이버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해킹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특정 사이트의 서비스를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조직적인 범행인지 아니면 단순히 컴퓨터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치기어린 장난인지 분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악의적인 해킹은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활성화에도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적지 않다.

비록 나라 밖 소식이지만 국내에서도 이번 사례를 거울삼아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러 대책들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음지에서 활동하는 해커를 양지로 끌어내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현재 활동중인 잠재 해커는 23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는 단순히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장난으로 활동하는 해커도 있겠지만 일반 컴퓨터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해커도 상당수다.

누가 뭐라 해도 해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해커다.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 사이버 범죄를 예방하거나 각종 정보보호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외국과 같은 심각한 해킹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이는 국내 해커들의 실력이 결코 뒤져서가 아니다. 국내 해커들의 실력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국내 주요 보안업체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하는 면면중에 해커 출신들이 많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또 국내에서 최고의 해커들이 모였다는 서울대나 KAIST, 포항공대의 해커 써클은 보안·컨설팅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 해커들이 기본적인 도덕성은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을 사이버 공간의 「파수꾼」으로 만드느냐 「범죄자」로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린 셈이다.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 kang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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