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방의 타방송사 편성 비율 놓고 격론

지역 민방의 타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놓고 방송가에 설이 무성하다.

현재 인천방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민방은 SBS 프로그램 의존도가 거의 90%선에 달한다. 지역 밀착형 뉴스나 생활정보 등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SBS가 위성을 통해 송신하는 프로그램을 재송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방송계 전문가들은 지역 민방이 당초 설립 취지와는 달리 「SBS의 중계소」로 전락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물론 최근 경기가 다소 나아지면서 지역 민방들의 프로그램 제작이 약간의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근본적인 개선책이 없는 한 지역 민방이 SBS의 중계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화관광부는 최근 발표한 방송법 시행령(안)을 통해 민영 지상파 방송사의 타 방송사업자의 제작물 편성비율을 50∼85% 범위에서 방송위원회가 결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SBS의 프로그램을 최소한 50% 이상 편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문화부의 시행령(안)이 지난해 2월 방송개혁위원회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당시 방송개혁위원회는 지역 민방이 SBS와 같은 특정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50% 이상 편성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지역 민방의 SBS 의존도를 줄여야만 지역 민방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문화부는 특정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50∼85%로 결정한 것은 현재의 지역 민방 제작 여건상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역내 광고 판매율이 40%를 밑돌고 있으며 독립 제작사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로컬비율(지역 민방 자체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힘들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특정 방송사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85%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50%까지 축소토록 하자는 게 문화부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같은 문화부 안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지역 민방의 타방송사 프로그램 비율을 50%이내로 제안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자체 편성비율(15%)과 외국 수입프로그램 비율(20%)을 제외하면 대략 65%가 남는데, 타방송사 프로그램 비율을 50%로 정할 경우 타 지역 제 1민방외에 제2민방의 프로그램도 편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지역 민방들은 SBS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천방송 등의 프로그램도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역시 지역 민방이 특정 지상파 방송 사업자의 방송 제작물을 전체 편성 시간의 50%이상 편성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의 이익단체인 방송협회측은 문화부 안에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협회측은 무리한 로컬 비율 확대는 프로그램 구입 비용 과다, 재방 의존도 심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자체 제작 비율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우선 1단계로 2001년까지 자체 제작비율을 15%로 정하고 2단계인 2002년 이후부터는 20%선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어 3단계는 지역 민방의 경영 상태, 제작 능력,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30%까지 확대토록 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관련부처 및 기관간의 방송법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결론낼지 주목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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