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천년의 인류 역사를 보면 질병과 전쟁에 시달리던 소위 암흑기의 유럽 중세에 기적과도 같은 종교혁명이 일어나고 이어서 문예부흥(르네상스), 동력혁명이 잇따라 일어나서 오늘날의 기계문명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에너지 과소비·지구 온난화·환경오염·대량살상무기·유전자 조작·생태계 교란 등 불안한 측면도 나타났다. 이 일련의 역사적 연쇄반응은 기술 측면에서 볼 때 하나의 정보미디어 혁명이고 그것을 촉발한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의한 바이블(성서)의 대량 인쇄였음을 알 수 있다. 새 정보 미디어에 대한 적응과 활용에서 한발 앞섰던 소위 서방 열강국가들과 그렇지 못했던 이른바 후진국들의 운명이 어떠했던가는 최근 500년의 역사가 잘 증언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한 우리 한민족은 후자의 운명을 걸어온 대표적 사례다. 16세기 말 임진왜란을 당해 창과 활로 소총에 대항해야 했고 20세기 초에는 한일합방이라는 국가 말살의 수모를 당했다. 그로 인해 다시 국토분단, 6·25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더 많은 수의 이산가족이라는 비극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의 아픔을 재론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앞에 실로 500년 만의 기회이자 위기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미디어 혁명, 즉 「디지털 혁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전화와 자동차가 20세기 문명을 상징한다면 21세기 대표적 문명의 이기는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이들 디지털 뉴미디어들의 등장은 인간 활동의 모든 면에서 혁명적 변화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여기서 선도적 역할을 하느냐 또 다시 후진국 그룹에서 끌려 다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다.
과거의 제도와 관습에 사로잡혀 있다면 결과는 불문가지다. 다행히 디지털 혁명은 이제 막 시작 단계고 현재까지의 디지털 한국을 총평한다면 80점, 즉 B학점이다.
유구한 역사의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고유한 언어와 의식주 문화를 지켜온 한민족의 강인한 지력은 디지털 혁명의 와중에서도 살아남을 뿐 아니라 중위 그룹은 무난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을 타고 21세기 한국을 A, 즉 선도그룹의 초일류 국가로 끌어올리기 위한 필요조건들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현행의 획일성과 통제성 위주와 사료주입식 「동물원」에 비유되는 인간성 파괴, 창의력 파괴의 교육을 경쟁과 다양성, 창의력이 존중되는 이른바 방목식, 「국립공원」식 교육, 쉽게 말하면 미국식 교육 같은 것으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 이 같은 대개혁은 교육부를 없애는 정도의 획기적 정부조직 구조조정이 단행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미국 국력의 원천이 민주주의와 제대로 된 교육, 규제받지 않는 교육에 있고 세계의 성공적 벤처기업 단지들이 명문대학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빅뱅(Big bang)적 개혁은 조세제도의 디지털 혁명을 촉진하고 사회부패 구조를 줄이며 지구 온난화 방지에 모범적으로 기여하는 쪽으로 바꾸는 일이다.
과거시대의 유물인 기존의 복잡하고 불공평한 세금제도를 철폐하고 「에너지 소비세」라는 간접세 위주로 세입을 에너지 수입 시점에서 확보한다면 세금 관련 모든 불미스러운 일들이 수천만장의 세금고지서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자동차와 주택에 붙은 과소비 거품은 사라져서 비로소 국민소득에 알맞은 크기로 줄어들 것이고 공기와 물이 그만큼 맑아지게 된다. 전 국토가 면세지역이 된 효과도 있기 때문에 기업하기에 좋은 나라, 세계금융센터·쇼핑천국·관광대국의 길이 열리고 에너지 수입은 격감하게 마련이다.
현존의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들이 문제인데 산업구조조정에 걸리는 시간만큼 공적자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21세기 초일류 국가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성기수 연구개발정보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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