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험난했던 99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해마다 세밑에 바라본 지난 발자취는 언제나 가파른 고갯길이었다. 그러나 20세기의 끝자락에서 뒤돌아본 올해 전자·정보통신업계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힘을 쏟았던 격랑의 한해였다고 할 수 있다. 경제주체의 주역인 기업들은 국민과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해보다 심한 고통과 고난을 감수하면서 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해야 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인수합병(M&A)과 빅딜이 추진돼 국내 정보통신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정보사회의 구조조정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보통신시장은 대규모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뜨는 기업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들이 속출했다.
국내 통신역사 100년 만에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유선전화 가입자수를 앞지르는 기록을 수립했고, 개인휴대통신의 등장으로 이제는 국민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이동전화를 사용할 정도로 정보전달이 편리해졌다. 또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과 코스닥시장의 활황세에 힘입어 벤처열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이 과정에 벤처재벌이 등장했고 「묻지마」 투자라는 유행어까지 나돌았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도체 빅딜이 성사돼 우리는 세계1위와 2위의 반도체 메모리 강국으로 부상했고, 최대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이 3위인 신세기통신을 전격 인수해 세밑을 뜨겁게 달구었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통합방송법이 연말에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고, 국산 위성인 아리랑1호가 발사에 성공해 국산위성시대를 연 점 등은 올해 기록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전자·정보통신산업은 90년대 들어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견인차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해 왔다. 반도체와 컬러TV·모니터·브라운관·전자레인지 등은 세계 제1의 자리를 차지해 국가 경제발전의 첨병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정보통신사업의 무분별한 참여는 국가적으로는 과잉과 중복투자와 연결돼 기업체질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해 외형 위주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고, 그 중의 하나가 대우신화의 퇴장이었다. 지난 8월 대우그룹 25개 계열사 중 12개사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은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올해 격동의 한해를 마감하면서 지난날의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21세기에 예상되는 각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환경변화의 격랑기를 맞고 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판도변화가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혁명이 급격히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세계 정보통신분야의 기술추세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지식산업시대의 진입에 성공할 수 없다. 이제 격동의 99년 한해를 마감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아 재도약을 다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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