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래 제일기획 매체기획국장
모 일간지와 10개의 소비자 단체가 최근 선정한 지난 한세기 동안 생활혁명을 가져온 10대상품 가운데 전자제품 4개가 포함됐다. 세탁기·컴퓨터·TV·전화기가 그것이다. 2000년을 앞둔 99년에 결과적인 조사이기는 하지만 10대 혁신제품 가운데 40%인 4개가 전자제품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도 20세기 100년이라고 해도 전자분야 생활용품들이 우리 주변에 활용되기 시작한 햇수를 따지면 길어야 불과 30년 전이 될 것이고 우리 삶에 있어 통신기기를 포함한 전자기기들이 준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결과는 2차 산업사회와 3차 정보사회를 이끌어온 주도산업은 당연히 전자·통신산업이며 앞으로 예견되는 4차 지식사회에 있어 이 산업의 영향력은 그만큼 더 커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고산업을 경제와 경영의 거울이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해보면 경제에서 주도 산업의 영향을 받았음은 자명하고 광고산업에 전자업종이 미쳤을 영향력은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을 듯 싶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전은 지난 59년 진공관식 라디오를 처음 생산하면서 태동해 올해로 40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기술력과 생산력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전자산업은 98년 국민총생산액(GNP)의 23.1%를 점유, 총 수출물량의 29.2%, 전체 고용인력의 17%를 점유하고 있으며 생산액 기준으로 미국·일본·독일·중국·영국에 이어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제에서의 위상이 향후 광고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99년 전자·정보통신 관련 71개사의 총매출이 98년보다 17% 증가한 91조2000억원, 순익이 23% 늘어난 6조7770억원이 예상된다고 하니 21세기에도 광고시장 성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이전 부의 가치척도로 평가되기도 했던 TV·냉장고·에어컨 등은 81년 컬러TV 방송의 시작, 삼성전자·LG전자(구 금성사)·대우전자 등의 경쟁적인 기술개발과 양산체제로 일반화하기 시작했으며 87년 특소세 인하로 대대적인 광고공세와 함께 4매체 총 광고비의 10.2%까지 점유율이 올라가는 등 호조를 보이다가 89년 조정기를 거쳐 90년대 들어와 컴퓨터와 정보통신이 가세하면서 꾸준한 광고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7년에는 6123억원의 광고비 지출을 보여 전자·정보통신기기 관련업종 광고비가 4매체 총광고비의 14.9%를 점유했다. 98년에는 IMF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광고비 감소를 억제해 17.3%를 점유, 광고산업을 이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0년 이전에는 전체 광고비의 점유비는 식음료·제약·의류섬유·가정용품기기·유통 등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5, 6위권의 광고업종으로 기록됐으나 90년대에 들어와 상위 5대 업종에 오르기 시작했다. 업종을 재편한 97년부터는 가시적으로 가전, 전기 업종보다 컴퓨터·정보통신 업종의 광고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기 시작해 98년, 99년에는 3대 광고비 지출 업종으로 랭크돼 광고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광고주별 광고비 지출 측면에서 보면 3대 전자회사와 일부 컴퓨터·정보통신 업체가 90년대 이후 꾸준히 10대 광고주에 랭크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90년 이후 현재까지 광고비 지출 1위 기업을 지키고 있기도 하다.
가전 및 전기기기로는 TV·냉장고·VCR·세탁기·에어컨·청소기·전자레인지·AV 등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컴퓨터·정보통신기기인 PC·프린터·팩시밀리·휴대폰·전화기·통신서비스 또한 한 영역의 제품군을 형성해 시장상황에 따라 최근 10년 동안 1000여개의 브랜드들이 신상품으로 출시되거나 판매되면서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 기능별 다양성이나 주변 산업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광고관여 상품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 시판도 주요 가전회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다국적 브랜드의 양판체제가 허락됐고 일부 품목의 특소세가 폐지돼 마케팅·판촉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광고시장의 주도권도 휴대폰·통신·서비스·컴퓨터·컴퓨터 부속기기 등 정보통신기기와 신기술이 가미된 디지털 가전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99년 하반기 이후 이같은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99년 1∼10월 업종별 광고비는 전기·전자·정보통신 업종이 4937억원으로 4매체 총 광고비의 17%를 점유하고 있으며(제일기획 4매체 광고비) 컴퓨터·정보통신 업종이 1위 업종으로 부상하면서 이미 광고비가 대폭 축소됐던 98년 업종 총 광고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2000억원을 넘어서는 2, 3, 4위 점유업종인 관광·여행 서비스업, 금융·증권·보험 업종, 식품업종, 99년 광고비 지출이 늘어난 건설·건축·부동산 업종의 두배 정도되는 광고물량이다. 아마도 이 같은 추세는 광고의 주축 브랜드만을 달리할 뿐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를 정보시대에 이은 디지털시대라고 정의할 정도로 현 시점에서 디지털은 화두가 되어 있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갈무리되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토대로 최고의 부가가치를 산출하는 지식산업의 세계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디지털을 형성하는 기본 테크놀로지도 결국은 전자·전기기기와 통신기기가 주축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이 변화를 일본의 경제지 「동양경제」는 IT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이 농업혁명, 2차 산업혁명이 공업혁명으로 산업사회 기반을 흔들고, 매크로한 측면에서 기본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개인에게 정부(正否)의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로 총칭되는 3차 정보화 혁명부터 4차 정보기술 혁명은 마이크로한 개인의 패러다임 변화로부터 산업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보텀업(Bottom-up)식의 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관련산업의 수요총량을 예측하기 어려우며 개인의 다양성과 변화의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경제」지가 예상한 2010년까지 일본에서 실현될 미래기술의 유형을 보아도 그 중 80%가 이 정보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21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인 99년에서 2000년에 걸쳐 우리나라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가속되리라 보여진다.
광고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산업과 관련된 이 모든 변화가 광고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추세로 보면 이동전화 추가기능과 부가가치 기능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 새롭게 버전업되는 다기능 이동전화 단말기, 인터넷PC와 대기업PC로 구분돼 가입자를 대상으로 벌이게 될 컴퓨터 보급경쟁, 초고속통신망과 ADSL을 중심으로 한 통신서비스 경쟁, 국제전화와 시외전화의 개념을 바꿀지도 모르는 PC통신을 매개로 하는 전화서비스, 각종 벤처기업들의 성공적인 코스닥 상장을 위해 집행하는 이미지 광고, 알리기 광고와 디지털 이미지 선점을 위한 기존 가전업체들의 기업광고, 디지털 가전(고성능·대형화·슬림화·간편단순화)으로 전환되는 가전광고, IP, 포털, 전문사이트, 인터넷방송, 사이버쇼핑 등으로 대략 구분되는 정보서비스 광고 등이 광고시장을 뜨겁게 달구거나 새로운 광고유형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각 부분이 세분화된 시장이나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하면서 그 시장에서 최초 이미지를 선점하거나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또 아시아권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다국적 기업들까지 가세해 광고산업을 주도하는 업종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21세기 광고산업은 디지털화와 정보기술로 요약되는 다양한 상품군들에 의해 리드될 것으로 보이며 지금까지 4P 중심의 마케팅 기법이나 4매체 중심의 광고집행, 커뮤니케이션 효과 중심의 광고기법 등도 전혀 다른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종이와 전파를 매개로 한 매스미디어(TV·라디오·신문·잡지)와 디지털 통신을 매개로 한 인터넷 미디어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대별되는 두 미디어의 영역은 당분간 상호 보완 및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 결국 디지털화를 통해 기존의 매체영역, 즉 언로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바꾸는 쪽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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