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LG반도체 합병
현대전자와 LG전자의 반도체 빅딜은 마이크론의 TI 반도체부문 인수, NEC와 히타치의 D램사업 협력고에 맞먹는 올해 최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1년 가까운 진통끝에 성사된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은 세계 D램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흡수통합함으로써 단숨에 D램 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견줄만한 초대형 메모리업체로 급부상했다. 삼성-현대-LG의 3사 체제는 10여년만에 막을 내리고 빅2체제로 바뀌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 1위와 2위의 반도체업체를 보유하는 메모리 강국으로 거듭났다.
「반도체 빅딜」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반도체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전자가 지난 10월 통합법인으로 재출범하면서 세계 D램시장은 삼성전자, 현대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4강 구도로 재편됐다.
국내 반도체산업에서는 재계의 라이벌인 현대와 삼성이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다투는 양자구도로 재편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자존심 경쟁이 앞으로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D램 기술의 우위와 비메모리반도체시장의 선점을 앞세워 현대전자를 견제한다는 방침이며 현대전자는 세계 최대 생산규모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좁힌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빅딜은 또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기술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안정된 자본력을 확보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산전.부품업계 구조조정
올해 국내 산업전자·부품업계를 뜨겁게 달군 것은 무엇보다 연이은 합병·분사·매각을 통한 사업구조조정작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여파 이후 급류를 타기 시작한 국내 산업전자·부품업계의 합병·분사·사업매각작업은 규모와 건수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컸다.
LG정밀과 LGC &D가 LG정밀로 합쳤고 LG산전과 LG금속이 LG산전으로 합병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군살빼기식 사업매각·분사가 활발히 추진됐는데 이중 LG산전이 미국 캐리어에 사업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합작업체 캐리어LG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미국 오티스(OTIS)와 합작으로 LG오티스엘리베이터를 설립했다.
또 LG산전은 LG하니웰을 한국하니웰로 분리, 독립시켰다. 만도기계가 GIS와 ITS사업부문을 만도맵앤소프트로 분리 독립시켰고 LDK전자가 미래ITS를 설립했다. 또 현대정보기술 IBS팀은 i콘트롤스로 독립했다. LG정밀은 스피커사업을 에스텍으로 독립시켰으며 계측기사업을 서현전자에 매각했다.
한국HP가 컴퓨터 부문을 제외한 계측기·의료기기 등의 부문을 분리해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로 독립시켰고 한국테트로닉스 역시 컬러프린터이미징사업부를 제록스에 매각하고 방송장비 분야는 분리 독립시켰다. 또 LG전선은 제지부문과 환경부문을 사내분사 형식을 통해 정리했다. 통신부품업체인 KMW는 커넥터 등 5개 사업 부문을 각각 분리, 독립시키는 등 중견 전자부품업체들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 조직 및 사업 슬림화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기록됐다.
반도체.TFT-LCD 호황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국내 부품업계를 살린 것은 올해 반도체와 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 LCD)의 호황이었다.
반도체 수출은 PC와 네트워크기기, 휴대폰 등의 산업 활황과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 3년동안의 마이너스성장을 딛고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TFT LCD는 노트북 컴퓨터 등의 수요 확대로 수출이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50억달러에 육박, 신흥 수출주력 품목으로 떠올랐다.
국산 D램 반도체는 부동의 세계시장 1위를 재확인했으며 TFT LCD는 단숨에 세계시장 1위에 등극했다. 수출 호조를 등에 업은 두 품목의 호황세는 IMF 이후 신음해온 부품산업은 물론 국내 전산업에 걸쳐 새로운 희망을 던져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TFT LCD 부문에서만 4조∼5조원 가량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사상 유례 없는 순익을 기록했다. 또한 현대전자·삼성SDI·LG필립스LCD 등도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났으며 설비 및 연구개발(R &D) 투자여력을 회복하고 대대적인 설비증설에 들어갔다.
반도체와 TFT LCD의 호황은 관련 부품산업과 장비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상당수 부품업체들이 IMF 이후 옥죄었던 자금난에서 완전히 탈출했으며 이분야에 대한 창업이 늘어나기도 했다. 두 품목의 호황세는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앞으로 2∼3년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연관산업에 미칠 파급효과가 커 국내 부품·산전산업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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