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그는 왜 왔나
「세계 인터넷업계의 큰 손」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SBC) 사장이 지난 20일 내한해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그가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나래이동통신과 국내 인터넷벤처투자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홀딩스코리아(SBHK) 합작 때문이다.
SBHK는 초기자본금 1000억원 규모로 내달 중 설립될 예정이며 지분율은 SBC가 80%, 나래이동통신이 20%다. 신설될 SBHK의 사장으로는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의 아들인 나래이동통신 이홍선 사장이 내정됐다.
이번 합작은 손 사장이 나래이동통신의 주식 20%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는 대신 나래이동통신이 SBHK에 지분 20%를 참여하는 방식이다.
SBHK는 계열사로 벤처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를 별도로 설립해 투자조합형태로 자금을 모으고 운용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손 사장의 이번 방한은 사실상 SBHK 합작보다 더 원대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손 사장은 세계 곳곳의 인터넷 유망시장을 찾아 그곳의 유망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 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앞당기고 동시에 이들을 SBC의 패밀리로 편입시킴으로써 세계 인터넷시장에 SBC 왕국을 건설하려는 포부를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손정의 사장은 혁명으로까지 일컬어지는, 그래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이번 방한동안 여기저기서 드러냈다.
손 사장은 SBC를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의 창업보육센터 역할을 하는 순수 지주회사로 규정했다. 또한 세계 곳곳에 12개 투자 지주회사를 설립해 곳곳의 유망 인터넷업체들을 발굴하고 조기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수많은 SBC의 투자 계열사들간에 업무 협력이나 전략적 제휴를 도모해 시너지효과를 창출, 인터넷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겠다고 공언했다.
따라서 그의 이번 방한은 원대한 세계 인터넷시장 지배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는 국내 인터넷시장을 그의 꿈을 실현하는 또 하나의 디딤돌로 활용하고자 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신설되는 SBHK는 인터넷 펀드의 지주회사이고 실제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것은 계열사로 설립될 소프트뱅크벤처스다.
SBHK는 초기자본금이 1000억원이지만 이 중 20%는 야후코리아·이트레이드코리아 등 기존 투자회사를 육성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손 사장은 밝혔다.
나머지 80%는 창업단계에 있는 유망업체나 코스닥·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있는 유력업체들에 각각 절반씩 투자될 예정이다. 손 사장은 투자기준을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에 대한 열정, 팀워크, 그리고 사업실적 등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즉 창업단계에 있는 업체들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사업성이 있는지, 종사자들이 과연 조화로운 팀워크를 형성해 정열을 바쳐 사업에 임하는지가 투자대상의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창업단계를 지나 실제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용자수나 페이지뷰, 트래픽 등 각종 사업실적으로 투자적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투자규모는 최소한 1000억원이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프트뱅크벤처스라는 벤처투자사의 성격이 일종의 투자조합 형태여서 그의 지명도와 사업수완을 이용한다면 외부에서 투자자금을 얼마든지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국내 벤처업체들은 벌써부터 투자유치에 사운을 걸다시피 매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손정의씨는 「세계 인터넷업계의 큰손」 또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정도로 지명도와 신인도가 높기 때문에 그로부터 투자유치를 받는다는 것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스닥시장 세계 진출 속뜻은
손정의 사장은 인터넷 벤처붐을 일으킨 원조인 미국 나스닥시장을 세계로 진출시키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나스닥과 50대50으로 나스닥재팬을 설립했으며 유럽의 주식시장에도 나스닥 도입을 추진중으로 이를 위해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주식시장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코스닥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나스닥코리아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미 나스닥을 세계무대로 진출시키려는 것은 그의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터넷 벤처기업들은 나스닥을 통해야만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고 나스닥을 통해서만 진정한 미래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와 지략만 갖추었다면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나스닥을 세계화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생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스닥의 세계화를 꿈꾸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인터넷 벤처투자 전문기업인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벤처캐피털의 속성은 일정기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를 통해 세계 수많은 기업들에 투자를 감행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원금은 물론 많은 이득을 빠른 시간 안에 회수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금흐름이 막혀 모든 것은 물거품으로 변하고 만다.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많은 투자이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자본조달창구인 나스닥을 세계화해야 한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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