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을 본떠 만드는 바이오(생체) 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과학 월간지인 「파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오리건대학 로커리 박사 팀이 작은 지렁이의 신경조직을 그대로 로봇에 접목시킨 「바이오봇」을 내놓은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워싱턴 주립대와 공동으로 바다 달팽이의 뇌 속에 컴퓨터 칩을 넣어 신경전달 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봇」에는 지렁이의 감각기관이 빛 등에 대해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재현(Simulation)할 수 있는 바이오 칩이 들어 있다. 이에 따라 지렁이와 똑같이 주위 환경에 반응하는 기계가 탄생한 것이다.
바이오 칩은 이처럼 생물체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고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바이오 컴퓨터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의 두뇌 구조와 같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아직 요원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생명체의 복잡한 동작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이 부분이 해명된다고 해도 고도의 광·퍼지·초병렬 처리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계 과학자들은 최근 미지의 세계인 생명체 창조에 도전,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를 잇따라 거두고 있다.
과학자들이 바이오 컴퓨터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생명체의 놀라운 정보처리 능력에 눈을 뜨면서부터. 예를 들어 길이가 1.3㎜에 불과한 대장균의 유전자(DNA) 속에 400여만개의 염기 쌍이 들어있다.
염기 쌍 하나가 1비트의 정보를 처리한다면 대장균은 1메가D램보다 1억배나 집적도가 높은 초고밀도 집적 메모리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사람의 유전정보는 1메가D램 100억개와 맞먹는 메모리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생명체의 기억 기능이나 병렬처리 기능을 응용하면 점차 한계가 보이는 반도체 소자나 미세 가공 기술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기대다.
앞으로 바이오 칩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고분자 단백질로 만들어진 바이오 칩을 환자의 몸 속에 넣으면 질환으로 잃었던 손발의 운동·시각·청각과 같은 중요한 감각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
또 도서관과 맞먹는 분량의 정보를 바이오 칩에 넣어 휴대형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수도 있다. 이 밖에 컴퓨터나 가전제품 등에 응용할 경우에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잠재수요를 바탕으로 오는 2005년까지 전세계 바이오 칩 매출규모가 6억3000여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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