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15)

 그날 밤 레닌 언덕에서 나타샤는 소련 경제의 전망을 이야기했다. 전망이라기보다 절망을 이야기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중앙당 경제특보임에도 불구하고 소련 경제의 낙후성을 맹렬히 비난했다.

 『소련 혁명역사 이래 처음으로 경제개혁을 시도한 서기장은 흐루시초프입니다. 경제 분권화를 단행해서 생산원칙을 지역원칙으로 변환시키려 했죠. 각 지역에 소프나르호즈라는 지역경제위원회를 만들어 효율성 개선을 목표로 지역 경제를 전담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효과를 보았나요?』

 『아뇨. 오랫동안의 관료주의는 청산되지 못했고, 중요한 결정은 여전히 상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소프나르호즈가 하는 일은 국한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효율이 개선될 수 없었어요. 경제 개혁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흐루시초프는 실권을 잃게 된 경제관료와 당관료들의 집단적인 저항에 밀려 서기장에서 축출되었어요. 그 후에 실권을 이어받은 브레즈네프는 지방에 위임되었던 경제운영의 권한을 모두 중앙의 경제부서로 복귀시켰어요. 그 후 어느 정도의 개혁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했어요. 대량 실업사태는 모든 노동자를 굶지 않게 해야 하는 사회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었고, 그 때문에 개혁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수가 없게 되었죠. 71년에 제24차 전당대회에서 발주한 소비재와 경공업 우선 정책은 76년 제25차 전당대회에서 소멸되고 다시 중공업이 장려되었는데, 그렇게 되자 소비에트연방의 국가관리체제는 30년대 스탈린 정책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게 되었어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80년대의 경제는 침체에서 붕괴위기의 국면에 다다랐습니다.』 『부친이 경제특보인데 그렇게 절망적으로 말해도 되는 것입니까?』 『나도 사하로프처럼 되어도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말하면서 나타샤는 배시시 웃었다. 웃는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빛났다. 사하로프 박사는 당시 대표적인 저항 지식인으로 체제에 정면으로 맞섰는데, 그를 추종하는 모스크바 대학생들의 조직이 날로 늘어나자 고리키시로 유배했다. 사하로프를 완전히 제거하려고 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손을 쓰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를 제거하면 국제 사회에서 더 많은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앓는 이빨일지라도 빼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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