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이후 후퇴를 거듭한데다 지난해 불어닥친 불경기 한파로 끝없이 추락할 것 같았던 반도체산업이 2000년을 기점으로 부흥기를 맞을 전망이다.
세계의 유명 시장조사기관들은 저마다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오는 2002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3년을 시작으로 다시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그리 큰 걱정거리는 아닌 듯 하다. 정보통신·인터넷 등 첨단산업이 발전하는 게 사실이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부문 역시 최악의 경우에도 예전의 불경기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여유로움의 이유다.
국내에서는 D램의 신화가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굳건하게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물론 LG반도체를 흡수 통합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현대전자도 최강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삼성전자·현대전자·아남반도체 등의 의지도 국내 반도체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장비 부문 역시 당분간 신부흥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체들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저부가가치 장비 대신 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왕성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코스닥시장을 통해 축적된 자금으로 내년부터는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돌입하겠다는 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계획이다. 첨단소재뿐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재료, 웨이퍼 가공에 사용되는 전공정 장비들이 앞다퉈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천년을 보름 남짓 앞두고 15일 열리는 「99 한국반도체품평회」는 2000년부터 전개되는 반도체산업의 발전상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무역전시관에서 17일까지 3일 동안 계속되는 이 행사는 4년 전부터 소규모로 개최됐던 국산 반도체·장비 품평회를 정보 및 업계의 요청에 따라 확대한 것이다.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 후원,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주관으로 열리는 「99 한국반도체품평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업체·기관들이 행사 전반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반도체 전시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기관들이나 업체들이 주체 세력이었다.
국내 기관·업체들이 판을 벌이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반도체산업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행사를 주도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 고미산업이라는 반도체업체가 처음 만들어진 지 34년만에 단독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해외 유명업체를 포함, 총 79개 업체가 참여한다. 규모만으로 본다면 수천개 업체가 모여드는 「세미콘 이스트(East)·웨스트(West)」 「세미콘 재팬(Japan)」이나 수백개 업체가 참여하는 「세미콘 코리아(Korea)」 등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업체들이 쏟는 정성은 이들에 필적할 만하다는 게 행사 관계자들의 평가다.
총 240부스에 포진한 업체들은 직접 개발한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평가받는다. 해외 업체들의 장비·재료와 비교되는 경험도 맛보게 된다. 아울러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홍보도 겸할 수 있다.
주요 참여업체를 보면 피에스케이테크는 1GD램용 마이크로파 애셔를 선보인다. 포토마스크의 찌꺼기를 없애주는 이 장비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아토는 최근 개발한 환경친화형 가스 및 가스공급장치 등을 출품한다. 환경친화형 가스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유독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향후 전세계적으로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품목이다.
이와 함께 오성과학은 차세대 패키지시스템으로 인정받는 마이크로 볼그리드어레이(BGA) 솔더링 시스템을, 케이씨텍은 가스공급장치인 가스캐비닛과 유해가스의 독성을 제거하는 스크러버 등을 전시한다.
한택은 마이크로 BGA 필름 검사기를 내놓을 예정이며, 한국DNS는 감광액 도포 현상기로 불리는 스피너와 웨트스테이션·스크러버 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것으로 보인다. 동진쎄미켐은 리소그래피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를, 선양테크는 몰드에서 싱귤레이션까지 공정을 일괄처리하는 인라인시스템으로 기술력을 평가받을 예정이다.
전공정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각종 화학증착(CVD) 장비를, 화인반도체는 불화아르곤(Arf) 액시머레이저용 펠리클을 각각 공개한다. 이밖에 포스코휼스와 LG실트론은 각종 웨이퍼를 선보이기로 했다.
서울대·숭실대·연세대·포항공대 등 대학의 반도체기술연구소와 전자부품연구원 등도 참여한다.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지금까지 개발된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를 일반인에게 전시하며 아남반도체 역시 각종 기술과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2실에 마련된 국산신기술 개발제품 전시용 부스에는 정부지원 등을 받아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개발했거나 개발을 진행중인 업체들이 포진, 국내 반도체산업의 실질적인 역량을 평가받게 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정부로부터 매년 38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신기술 개발 및 제품 국산화에 매진했지만 홍보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을 위해 따로 부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품 전시회와 함께 열리는 기술세미나에서는 첨단 신기술들이 소개된다. 반도체장비기술교육센터(SETEC)와 한·일 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일 반도체 패키징 기술세미나」가 15일에 열리며, KSIA와 SETEC가 함께 마련한 「최신 반도체 공정·장비 기술세미나」는 16, 17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경연을 벌이는 이번 행사가 개발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과 해외 업체들의 수준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전공정 분야의 300㎜ 웨이퍼 및 구리공정, 웨이퍼스케일CSP 등 첨단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99 한국반도체품평회」를 계기로 국내 업체들간 정보교류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장비·재료들이 개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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