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5억달러의 수출전망을 보이면서 반도체에 이은 최대 수출효자 품목으로 부상한 이동전화단말기산업이 총체적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세계적으로 급부상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기 수출시장에서 대내적으로 설계·개발인력의 외국사 유출, 대외적으로 출혈가격 경쟁의 후유증을 겪는 가운데 뚜렷한 정책적 대안조차 마련되지 않아 핵심 수출산업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인력유출 상황:이미 국내에서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 빅3는 미국 모토롤러 및 핀란드의 노키아가 한국을 자사의 세계진출 설계센터로 삼는다는 전략에 따라 스카우트전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연구인력난을 겪고 있다. <본지 12월9일자 정보통신면 보도> 업계는 이를 단순히 IMF사태 이후 외자유치 및 구조조정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로 여기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인력난과 관련, 핀란드 노키아의 한국지사인 한국노키아가 최근 서울 양재동 연구소를 설립해 이를 본격적인 자사의 세계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모토롤러의 한국지사인 모토로라반도체통신도 팬택의 설계인력을 흡수해 강남설계실로 통합해 가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한국내에 투자한 대가로 그 과실을 따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기업들은 인력충원에 따른 시간적, 비용적 부담은 물론 신모델 개발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IMT2000 장비개발 및 단말기 개발은커녕, 당장 필요한 셀룰러폰 및 PCS모델 개발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3년여 동안 내수시장 급성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시장성장을 가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에 자본투자한 외국 기업들에게 경영권의 일부는 물론 어렵게 키워 온 국내 핵심연구인력까지 빼앗기면서 최대 수출효자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색할 정도의 경쟁력 악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시장 가격경쟁 심화:세계 CDMA 통신서비스의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삼성전자가 미국 및 중남미 시장 개척에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국내업체들의 주력은 아직까지 CDMA 단말기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 역시 국내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을 시작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북미, 중남미 시장은 지난 7월이래 국내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고 모토롤러·노키아 등이 가세하면서 3국간 경쟁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업체의 가격경쟁 가세와 함께 모토롤러가 한국에서 OEM방식으로 공급하는 보급형 저가 이동전화단말기로 중남미시장을 치고 들어오자 200달러선이었던 단말기 가격은 145달러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 당초 미국보다 제품품질 규격기준이 덜 까다롭다는 데서 착안해 개척한 중남미 시장이 결과적으로 외국 경쟁사들에게 좋은 일만 시키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텔슨·팬택·어필텔레콤 등 국내 3사가 생산물량을 전량 OEM으로 모토롤러에 공급한 결과는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나라 단말기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의 대책:국내 단말기 3사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인력양성 및 교육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속을 끓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통부나 산업자원부 등 정부관계자들과 업계 관계자들간에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밝히는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더욱 까다로운 수요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브랜드 개발에 나서야 하는 현실에서 최근 보여지는 국내 연구인력의 외국기업 유출현상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오고 있다』고 실토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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