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과학 광장> 그림 진품 가리기

 「가짜는 물러가라.」

 만약 친한 친구가 조상 대대로 물려온 집안의 가보를 탐내며 가짜라고 우기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물론 집안 사람 모두가 나서 가문의 명예를 걸고 진짜임을 입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더이상 이런일 앞에서 핏대를 올리며 친구와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된다.

 일단의 프랑스 물리학자들은 최근 예술계의 오랜 미스터리를 풀어냈다.

 논란은 파리 근교의 오베르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렸다는 작품 진위여부를 놓고 시작됐다.

 모조품이 판을 치는 프랑스에서 고흐의 작품이 모조품이라는 주장으로 지난 85년 5500만프랑을 호가하던 작품가격이 곤두박질하기 시작, 11년이 지나 경매에 내놓았을 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것.

 급기야는 프랑스 파리박물관 연구실험실에 있는 일단의 과학자들은 고흐의 70개 작품 중 고흐가 오베르에 있을 때 그린 아홉점의 작품과 비교하기로 했다.

 그러나 작품에서 샘플을 떼어내 분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일반적으로 미술품의 진위여부를 가릴 때 사용하는 회절 엑스레이 방식 역시 유기물질을 가열해 미술품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고흐가 색을 내기 위해서 제라늄과 같은 유기 물질을 사용했다는 것은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대신 미세형광법(Microfluorescence)이라고 불리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 방법은 폭이 1㎜ 이하인 엑스레이 빔을 이용해서 색소 안에 들어있는 성분들의 스펙트럼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기존 엑스레이 회절 방법과는 달리 그림 표면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 과학자들은 또 엑스선 촬영법을 이용해서 이 작품에 사용된 캔버스가 고흐가 오베르에 있을 때 사용하던 캔버스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림 스타일이 고흐와 일치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확인해줬다.

 가짜는 대개 원본의 스타일을 재현해내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두껍게 채색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은 현미경을 이용해서 작품을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과학적으로는 진품임이 확인되었는데 이번 조사에서 다른 아홉점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캔버스의 기름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침대 위에 작품을 쌓아두었다는 고흐의 독특한 버릇도 덤으로 발견됐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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