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라인 증설과 장비 국산화

 반도체산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제품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생산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시의적절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유로 자금여력이 많은 대기업들이 아니면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고 치열한 반도체시장에서 일정 수준 점유율을 확보해 채산성을 맞추기가 불가능하다.

 지난달 일본의 NEC와 히타치가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통합한 것도 많은 이유 중에 이런 측면을 고려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통합법인은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 앞으로 거액을 투자해 세계 반도체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내년 반도체분야의 설비 및 연구개발비로 각각 15억달러 정도씩 투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구조를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두 업체의 이러한 투자계획은 최근 메모리반도체사업을 강화하는 대만업체를 견제하고 마이크론, NEC­히타치 합작사 등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우위를 견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더욱이 갈수록 점유율 경쟁이 심해지는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려면 최신 기술개발을 한발 앞서 진행하고 고기능 설비확장으로 수요가 발생할 때 즉시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내 업체들이 최근 메모리시장이 되살아나자 당초의 계획을 수정해 이 부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것은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두 회사가 내년부터 생산라인 증설과 설비투자를 확대하면 우선 검사장비와 노광설비 등 반도체 장비시장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그러나 두 업체가 증설할 대부분의 장비들이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라는 점이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물론 반도체장비 국산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성능장비를 언제까지 외국에서 들여다 사용해야 하는지, 정부와 국내 장비업체들의 분발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이 반도체장비를 국산화해도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국산의 신뢰성을 이유로 장비도입을 꺼리면 장비국산화는 요원한 일이다. 이미 개발된 장비 중에 외산에 비해 손색이 없는 제품이 시장에 나와 있다면 우선적으로 도입해 장비국산화를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그리고 미국 마이크론, 일본 NEC­히타치 합작사로 이뤄진 4강 구도가 고착되는 추세다. 외국업체들도 우리 업체를 의식해 내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국내업체와 외국업체간 기술경쟁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는 반도체시장 흐름을 잘 파악해 탄력적인 경영전략을 세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효자품목이 반도체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두 업체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와 고부가 기술개발에 매진해 미래 반도체시장의 지배력을 지금보다 확대해 주기를 바란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