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학한 모스크바대학은 레닌 언덕에 있었다. 그 언덕은 그렇게 높은 곳은 아니지만, 모스크바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였다. 모스크바대학은 1만2000여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소련 최대의 엘리트 양성집단이었는데, 교수진도 상당히 많아 학생 10명에 1명꼴로 1000명이 넘었다. 대학 건물은 피라미드형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 채의 대형 빌딩이었다. 그 빌딩 안에 강의실은 물론이고, 학생 기숙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서가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한곳에 모아놓은 것도 어쩌면 공산주의식 집단 통제 수단이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우주공학부에는 여러가지 세분된 전공과목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와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우주 물리학이든, 우주 천체학이든, 또는 내가 전공과목으로 선택한 우주 통신 컴퓨터 분야이든, 교수가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일주일에 세번씩, 거의 격일로 해서 야간에 나가 강의를 들었다. 그곳에서는 실제 실습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다. 내가 가장 흥미를 가진 것은 우주 상태에서 컴퓨터를 가동하는 일이었다. 인력이 전혀 없이 전자는 어떤 영향을 입을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인력이 있는 곳에서보다 무중력과 진공상태에서는 더 정교한 데이터 흐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원에 들어온 학생들은 교수 지망생답게 우수했고, 놀랄 만큼 학업에 열중했다. 그곳에서 나는 여러 명의 남녀 학생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당 간부의 딸 나타샤를 만나서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사연을 만들어 주었다. 무슨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여자주인공 이름 같은 나타샤는 백러시아계의 미인이었다. 눈동자는 파랗고 얼굴은 백상지처럼 희었다. 머리카락은 금발이었는데, 언뜻 보면 마네킹을 연상시키는 빈틈없이 균형 잡힌 외모였다. 키가 크고 가슴이 불룩했으며, 유난히 엉덩이가 커서 뒤에서 보면 몸의 곡선이 기가 막혔다.
그 여자와 사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소련의 교육제도를 짚고 넘어가자. 소련의 교육제도를 살펴보면 기본 학제는 생후 2개월에서 3세까지는 보육소에서 시작된다. 만 3세에서 의무교육 전까지 유치원과정이 있으며, 초등 및 중등 교육제도로서 4년제 소학교와 8년제 중등교육 또는 10년제가 있다. 고등교육으로는 4년제와 6년제 대학교육이 있다. 1950년대부터 보육소와 유치원을 통합해 기업체나 공장지역에 설치, 부모의 직장 근무시간에 맞춰 운영한다. 이러한 교육 패턴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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