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브로드밴드(Broadband) 인터넷 시대다.
브로드밴드는 2000년을 앞둔 인터넷비즈니스 업계의 새로운 키워드다.
브로드밴드란 케이블이나 DSL(Digital Subscriber Line) 같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말한다. 다이얼업 모뎀으로 이어지는 내로밴드(narrowband) 인터넷의 반의어라고 할 수 있다
야후, 알타비스타 같은 포털업체를 비롯해 MS,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소니 같은 정보통신업계 태두들이 브로드밴드 시장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얼마전 막을 내린 99 추계 컴덱스에서 소니의 CEO 이데 노부유키는 21세기를 「퍼스널 브로드캐스팅 시대」로 규정했다. 그리고 새 천년을 맞아 소니가 갈 길은 「브로드밴드 엔터테인먼트 회사」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브로드밴드 시장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레드해링은 최근호에서 브로드밴드를 가리켜 컴퓨터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로 옮겨가는 교통표지판이라고 정의했다. 인터넷 대중화의 걸림돌은 속도다. 얼마나 고속으로 뉴스와 상품정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을 실어나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로드밴드는 웹라이프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인 셈이다.
현재 브로드밴드 인터넷의 선두주자는 익사이트앳홈이다. IT업계 최고의 흥행사로 불리는 존 도어(KPCB의 벤처캐피털리스트)와 톰 저몰럭(익사이트앳홈 CEO)의 아이디어로 설립된 이 회사는 95년 5월 출범, 브로드밴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혔다.
US웨스트도 최근 오라클의 자회사 리버레이트 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양방향TV 「웹비전」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웹비전은 초고속 DSL망과 IP 텔레포니 기술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브로드밴드의 특성을 살려 일반 네티즌뿐 아니라 기업체들에 편리한 사무환경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포털로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문형비디오(VOD), 멀티미디어파일, 주문형음악(MOD)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최초의 ISP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브로드밴드 시장은 앳홈과 US웨스트 같은 초고속 ISP들의 집안싸움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야후는 이미 멀티미디어 브로드밴드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뉴스와 날씨, 스포츠, 금융,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초고속망에 실어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알타비스타는 브로드밴드 검색기능을 도입했다. 네티즌이 어떤 단어를 검색하면 카테고리 분류에 의한 텍스트 자료뿐 아니라 오디오, 비디오, 뉴스, 쇼핑정보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 이같은 브로드밴드 서치는 이 회사가 계획중인 무선 브로드밴드사업을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업계 거인들도 브로드밴드 경쟁에 나섰다. SBC가 DSL 사업계획을 발표했고 이어 네트워크 업계의 강자 시스코시스템스와 브로드밴드 장비업체 케이블텔이 손잡고 브로드밴드 네트워킹 장비 공급에 나섰다.
브로드밴드로 통하는 길은 디지털TV, 세트톱박스, PDA 등 여러 갈래가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 즉 표준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MS와 소니,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표준화 경쟁이 치열하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와 지니, MS의 유니버설 플러그&플레이, 소니가 최근 발표한 HAVi(Home Audio-Video Interoperability)는 모두 정보가전 시대의 브로드밴드 서비스 표준을 노린 기술들이다.
특히 소니는 가정용 오디오와 비디오를 통합한 HAVi가 디지털 리빙룸을 조종하는 리모컨이 되기를 바란다.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를 인터넷 브로드밴드로 통하는 허브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소니의 야심이다.
정보가전 시대에는 디지털TV부터 PDA까지 모든 가전제품이 브로드밴드 정보채널로 묶이게 된다. 그때가 되면 캠코더가 전축과 정보를 교환하고 냉장고가 전화의 응답녹음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보가전으로 연결된 홈네트워크의 OS를 장악한다면 브로드밴드 시장의 또다른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야후는 익사이트 등 후발주자들보다 18개월 디렉터리 서비스가 빨랐기 때문에 포털업계의 1위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제는 누가 먼저 브로드밴드 시장에서 이른바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를 손에 쥐느냐를 놓고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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