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력서 하나가 1000만원

기획취재부·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IMF 터널을 지나오면서 실직자만큼이나 많이 생겨난 것이 헤드헌터업체들이다. IMF 이전에 40여개에 불과하던 것이 우후죽순 생겨 현재 80여개에 이른다. 엄격하던 설립요건도 대폭 완화됐고 돈을 갖고 시작하는 사업이 아닌데다 최근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어 신생업체들의 등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숨은 인재를 발굴해 사람이 필요한 기업에 소개하는 일은 아직도 환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현실에서 고마운 존재이자 헤드헌터 스스로에게도 일과 보람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매력 있는 일이다. 실제로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새로운 인기직종으로 부상하고 있고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열이다. 헤드헌터들은 추천자가 받을 연봉의 10∼20% 정도를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로 받는다. 그리고 헤드헌터는 월급제보다는 성과급제가 일반적이다. 사람을 찾는 곳은 많은데 마땅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과열이 생기고 있다. 「이력서 한장에 1000만원」이라는 말이 헤드헌터들끼리의 농담이라고 한다. 사람이 없다보니 아예 괜찮은 이력의 인물을 키워 1년에 한번씩 자리를 옮기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람을 인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본다는 지적이다. 치열한 경쟁은 같은 업체 내부의 헤드헌터들 사이에도 불협화음을 빚을 정도라 한다.

 헤드헌터라는 말은 인디언들이 적의 머리가죽을 벗기는 것을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스스로 컨설턴트라는 자부심을 갖고 의욕적으로 신영역을 개척하는 전문가들은 헤드헌터라는 말대신에 이규제규티브 리서처(Executive Researcher)라고 불리길 좋아한다. 이들은 일부 머리 사냥꾼들이 정글의 법칙을 내세워 도심의 빌딩숲을 누비는 모습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보내고 있다. 전문성과 함께 인간적인 신뢰감 확보가 사람장사의 기본이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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