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01)

 나는 말조심해야 된다는 사실을 잊고 내키는 대로 지껄였다.

 『그것을 막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강구할 때 일어나는 부작용이 미국에 유용하지 않다는 판단도 했겠지요. 그러나 제 개인 생각으로는, 진정한 우방이라면 권력집단에 대한 우의를 지키는 일보다 그 나라 국민에 대한 우의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조교의 표정이 약간 놀라는 기색이었다. 나 역시 반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80년 광주에 대해서 질문을 받자 흥분이 되었던 것이다. 그 대화는 나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초래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대화로 해서 내가 모스크바로 파견되는 일이 잠시 보류될 처지였고, 다른 간부들은 취소할 것을 주장했다고 한다. 부국장 헤밍웨이가 나를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하고야 일이 수습되었다.

 『당신에게 나쁜 일이 발생하면 나는 사표를 써야 합니다.』

 모스크바로 떠나는 날 나를 배웅하면서 헤밍웨이가 한 말이었다.

 나에게 나쁜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보편적이고 애매한 말을 하였지만, 만약 내가 미국을 배신하는 행동을 할 경우 그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암시를 받았다. 나에게 나쁜 일 가운데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도 있지만, 그것으로 그가 사표를 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미국을 위해하는 일이었다.

 내가 연구하는 통신 첩보 프로젝트는 상당한 비밀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첩보용으로 사용하는 통신 장치는 이미 상당한 발전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군사 무기이기 때문에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유럽의 열강, 가까운 일본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로 응용되는 군사 무기의 발전은 눈부시게 앞서갔다. 첩보용으로 사용하는 감청장치는 사회에서 사용되는 상업용보다 앞서 있었다. 당시 내가 개발한 감청 제어장치 중의 일부는 그것을 상용화할 경우 상당한 돈을 벌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CIA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상용화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십여년이 지나니까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상용화되는 것을 보았다.

 인터넷이 군부대간의 연락을 필요로 해서 시작된 것이 발전되었듯이 군사 무기의 발전은 앞질러 간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였던 몇 년 전에 나는 한 연구소에서 인간의 뇌파를 연구하는 연구팀을 만난 일이 있었다. 그것이 완성되는 시기를 30년 후로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30년 후에 완성이 될지 아니면 300년이 걸릴지는 미지수였지만, 뇌파를 연구한다는 사실이 획기적이고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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