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기업에 관한 규제는 전통적으로 규제당국의 몫이었다. 더불어 첨단기술을 근간으로 유지되는 정보기술(IT)업계의 경우 경쟁업체간의 연대를 독점기업에 맞서는 방편으로 활용해 왔다. 각국 정부기관들 역시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관계를 유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업의 독점행위를 규제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 개입은 충분한 자료수집과 객관적인 법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크지만 현실에 뒤떨어지는 규제도 적지 않아 여러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기관의 규제 사례로는 미국 정부가 지난 82년, 미 최대 통신업체 AT&T를 분할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정부는 장거리전화와 지역전화 서비스 모두를 제공하고 있던 AT&T를 독점기업으로 규정, AT&T에 장거리전화 서비스만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AT&T가 장거리와 지역전화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던 80년대 당시, 장거리전화 시장점유율은 90%에 가까웠으나 현재는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미국내 독점규제 찬성론자들은 정부의 개입으로 AT&T의 시장장악력이 확연히 떨어졌다며 정부 개입에 의한 성공적인 독점기업 규제 사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독점규제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독점규제가 충분한 자료수집과 객관적인 법절차에 따라 진행된 점에는 동의하지만 독점기준의 근거를 지극히 과거 지향적인데서 찾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비판의 근거는 장거리전화 사업이 이제는 AT&T의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찾고 있다.
90년대 들어 인터넷을 포함한 데이터 통신 분야가 큰 폭으로 성장함에 따라 AT&T는 장거리전화보다 데이터 통신사업을 전사적으로 펼쳐왔다. 이에 따른 매출액도 데이터 부문이 장거리전화 서비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개입이 없었더라도 AT&T의 독점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됐을 것이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
90년대 들어서는 정부의 규제와 함께 경쟁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독점기업을 압박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90년대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 유닉스 관련기업들이 주축이 된 반MS 진영의 압박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MS가 윈도3.1·윈도95 등 윈도 운용체계(OS)로 시장독점을 강화함에 따라 IBM을 비롯한 넷스케이프·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반MS 진영은 MS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 전략을 시도했었다.
이 연합전선은 종국에는 지난 11월 5일 미국 법무부의 독점 예비판정까지 이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쟁업체를 활용한 독점규제는 강압적인 정부의 규제에 비해 기술간 경쟁으로 해당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MS와 반MS 진영의 경우처럼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연합해서 단일 표준을 갖춘 독점기업을 상대로 하는 싸움은 처음부터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즉 반MS 진영은 MS의 해체 또는 분할만을 주장했지, 이 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문제에 대한 대안을 아직까지도 마련해 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부각되고 있는 것이 리눅스OS다. 소스코드를 개방하고 있는 리눅스는 독점기업에 반대하는 업계 공동의 기술표준을 만들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또 독점적인 OS를 대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간의 호환성 문제를 리눅스의 안정성 및 확장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리눅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 MS를 상대로 독점논쟁을 벌여왔던 IBM·오라클·선 등의 업체들이 최근들어 리눅스를 통해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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