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랑이 과연 진실된 사랑일까. 이 영원한 「청춘의 화두」를 던지면서 시작되는 영화 「천선지연」은 멜로로 방향을 선회한 홍콩영화의 최근 경향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작품이다. 감독은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구태의연한 소재를 택한 대신 형식과 스타일로 신세대의 감각을 호흡해내고 있다. 청춘의 사랑과 아픔을 얘기해내는 솜씨는 아직 미숙하지만 배우들의 매력과 신인감독다운 재기발랄함이 그럭저럭 「트렌디한 요소로 무장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준다. 일본을 배경으로 촬영했다는 점도 젊은 관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듯싶다.
원제인 「천선지연」이 뜻하는 것은 말그대로 「하늘이 핑돌 만큼 아찔한 사랑」이다. 영화속에서는 네명의 홍콩 젊은이들이 각기 낡은 사랑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감독은 다소 더디고 나른하게 흐르는 사랑의 감성을 음악과 편집을 이용해 보다 역동적이고 경쾌한 속도감으로 포장함으로써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밝게 이끌어간다.
홍콩에 살고 있는 케이(고거기)와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준(진영연). 둘은 6년간 사귀어온 연인 사이다. 성실하고 고지식한 케이는 어려운 시절을 같이 보낸 연인과 새로 찾아온 사랑 앞에 갈등하고 있는 사장에게 오래 사귄 애인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충고할 정도의 인물이다. 그는 일본에서 만화가가 되려고 하는 친구 샘(이찬삼)에게 준을 부탁해두고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날 케이는 문득 6개월 전에 배달된 준의 메일을 발견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준과의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갑자기 보고 싶은 마음에 선물을 챙겨들고 일본으로 준을 찾아가지만 준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하다. 반면 준 역시 케이를 보고 이제는 더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미 준은 다정다감한 샘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 준의 고백으로 실의에 빠진 케이는 우연이 만난 모델지망생 키키(서기)의 위로를 받는다.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키키는 사실 자신도 실연의 아픔을 갖고 있다. 세월이 흐른 후 유명모델이 된 키키는 자신을 찾아 일본으로 다시 온 케이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영화는 젊지만 에피소드와 캐릭터는 사실 낡고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이 나누는 사랑의 대화 역시 애절하기보다는 단조롭고 밋밋하다. 때문에 이들이 부르는 운명적인 사랑의 노래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하지만 어느덧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서기와 이찬삼 등 청춘의 아이콘들이 뿜어내는 싱싱함을 엿볼 수는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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