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지난 97년 말 현대전자는 위성사업을 접었다. 글로벌 개인휴대통신(GMPCS) 사업인 글로벌스타에 참여하면서 21세기 선진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했던 야심찬 계획이 3년여만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물론 현대전자는 위성통신 관련 시스템과 단말기사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위성사업에 대한 신규투자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현대전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지난 95∼96년 무궁화위성 1, 2호의 발사를 전후해 위성사업에 참여했던 민간 대기업들의 대부분이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위성사업은 정부 및 공기업의 위성체 개발 및 발사, 중소기업들의 위성방송수신기(SVR) 및 위성통신·방송수신용 PC카드의 개발 및 상품화로 이원화되고 있다. 위성 중계기나 위성 관제지구국 엔지니어링과 같은 굵직한 장비·기술을 개발하거나 광대역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펼칠 대기업군이 크게 위축되면서 위성산업의 허리가 부실해지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위성사업의 앞날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SVR 및 PC수신카드가 위성통신·방송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이후 대기업들의 사업복귀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SVR를 기반으로 하는 위성방송의 대중화 기류에 시선이 모아진다. SVR는 일반 가정에서 직접 위성안테나를 통해 수신한 위성신호를 TV와 연결시키는 데 필요한 장비. 국내에서는 지난 86년 대륭정밀 등이 단순형 SVR사업에 진출한 이래 40여개 업체가 꾸준히 상품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방향TV의 초기단계를 실현하는 필수기술인 제한수신시스템(CAS)을 채택한 2세대 SVR를 휴맥스·삼성전기·아남전자 등이 공급하고 있다. 특히 CAS를 내장한 SVR는 내년 약 170억달러에 달할 전망인 세계 SVR시장의 80%를 점유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업체가 필립스·노키아·파나소닉·소니·휴맥스·삼성전기·아남전자 등 10여개 업체들이 과점하는 상황이다.
이에 힘입어 국산 SVR의 총수출액이 지난 97년 4575만달러, 지난해 6825만달러로 49%나 성장하는 등 약진하는 추세다. 반면 내수 시장은 볼 만한 위성방송프로그램의 부재, 통합방송법 표류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까지 4만여대가 보급되는 데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PC에서 위성방송·통신을 구현하는 수신카드 및 시스템 시장의 싹이 움트고 있다. 최근 텔리맨·디지트라시스템·한강시스템·한별텔레콤·두인전자·자네트시스템 등이 관련장비를 개발하고 수출에 나서고 있다.
자네트시스템은 지난해 말 한국통신에 13억8000만원 상당의 무궁화위성 멀티미디어서비스 관련 수신장비를 공급한 데 이어 최근 뉴질랜드 아이후그(ihug)사에 대당 170달러 가격으로 위성수신카드 1000대를 수출했다. 텔리맨도 올 초 위성 통신·방송수신용 토털솔루션인 「스카이미디어」 시스템을 미국 EEC사에 약 15만달러어치, 뉴질랜드 더 인터넷 그룹(The Internet Group)사에 40만달러어치를 각각 공급했다. 한별텔레콤(대표 신민구)도 지난 7월 위성멀티미디어센터(SCMC)를 설립한 데 이어 18억원을 들여 DVB 및 MPEG2 방식의 위성방송과 고속 인터넷 데이터통신을 구현하는 내·외장형 PC카드를 개발하고 유럽·중동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한편 위성수신카드 및 시스템 국내 시장은 올해 약 3억원대를 형성하는데 그칠 전망이어서 시장활성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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