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사업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멀티미디어 계곡을 이룬 샌프란시스코의 빌딩숲. 이곳 첨단 비즈니스의 요람에서도 ASP는 요즘 최고의 화두다. USi사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후 많은 ASP 관련 업체들이 기업공개(IPO)를 기다리고 있다. 비드컴도 그런 벤처업체 중 하나다.
비드컴의 대릴 마가나씨(30)는 건축업계를 겨냥한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ASP사업에 진출, 또다른 나스닥 성공스토리를 쓸 수 있는 젊은 CEO로 주목받는다.
『비드컴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미개척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고객들은 단지 인터넷 접속환경과 PDA만 있으면 오피스 온 더 웹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건축업계를 위한 웹기반의 아키텍처가 될 것입니다.』
마가나 사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건축업계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서류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건축기사들이 청사진을 그리거나 작업인부가 현장보고서를 작성하고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구매 계획서를 만들 때 여전히 종이가 쓰이고 있었던 것. 마가나 사장은 이를 비트의 세계로 옮길 경우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데 착안, 97년 비드컴을 설립했다. 연간 6500억 달러의 빌딩건축업이야말로 ASP 비즈니스를 위한 버티컬 마켓(특화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빌딩건축의 전 과정을 건물소유주와 건설업자, 공사장 인부, 부품 공급업체 관계자들이 살펴볼 수 있는 인터넷 전자사무실 환경을 구축했다. 비드컴의 e비즈니스 서비스 스위트를 이용하면 건설업자들은 작업스케줄을 공유하고, 작업인부들은 현장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파일로 올릴 수 있으며, 건축 엔지니어들은 설계도를 사무실 책상에서 수정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보안과 확장성, 안정성이 증명된 오라클8 및 선 기술을 백본으로 활용, 오라클과 스리콤이 공동으로 개발한 오프라인 모듈로 구성됐다.
마가나 사장은 인터뷰 도중 창밖으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만을 가리켰다. 미션 스트리트에 위치한 비드컴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면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오클랜드를 잇는 다리 베이 브리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마가나씨는 아름다운 풍광에는 관심이 없다. 그의 손가락은 흑요석으로 빛나는 찰스 스왑의 4500만 달러짜리 건물과 그 옆에 막 공사가 진행중인 GAP사의 신사옥을 향해 있다.
『찰스 스왑사가 바로 비드컴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그리고 GAP는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죠.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이자 교통수단인 뮤니와 새로 지은 야구 경기장을 잇는 건설 프로젝트도 비드컴의 e비즈니스 서비스 스위트로 진행됐습니다.』
마가나씨는 현재 3000만 달러의 벤처자금을 확보하고 IPO를 기다리고 있다.
『97년에는 자금확보가 어려웠습니다. 프랑스텔레콤, 오라클부터 3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내긴 했습니다만, 당시엔 ASP의 개념도 불분명했고 비드컴 같은 B2B 비즈니스 모델이 관심을 끌지 못했죠. 그러나 찰스 스왑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나자 세컨드 라운드에는 30여개 벤처투자사들이 몰렸습니다.』
그는 비드컴의 비즈니스 모델이 독특하고 건축과 소프트웨어, 인터넷의 교차점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후발주자가 뛰어들어도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설사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사업에 뛰어들어도 두렵지 않다는 것. 그는 앞으로 1년 내에 세계 빌딩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의 법칙을 만들겠다는 비전과 정열로 비드컴을 이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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