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식시장·벤처캐피털·개인 및 기관투자가 등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칫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열기가 식고 관련 벤처기업 육성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은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정·관·산·학 관계자들을 초청, 「인터넷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방안」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소개된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인터넷 벤처기업" 자금조달 방안
△오해석(사회·숭실대 교수)=오늘 토론의 주제는 정보통신 벤처기업,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입니다. 인터넷비즈니스는 사실 아이디어와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파이낸싱(자금조달)이 중요합니다.
세 분의 주제 발표를 들었으니 이에 대한 패널 여러분들의 견해를 듣고 질의응답을 받는 형태로 포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에인절의 입장에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을 들어볼까요.
△이문종(코리아엔젤 회장)=미국만 해도 에인절은 벤처투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며 벤처자금 조달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도 최근 에인절투자가 본격화해 비공식적으로 50여개의 에인절클럽에 5000∼6000명의 에인절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이들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취약하고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에인절 투자 초기 단계입니다. 따라서 벤처기업과 에인절의 협력관계 구축과 에인절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합니다.
정부차원의 제도적·정책적 배려도 중요하지만 민간부문에서 덩치를 키워야 하며 에인절클럽간, 에인절클럽과 창투사간, 대기업과 에인절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에인절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에 적기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템과 자금조달 방법이 중요합니다. 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자금), 증권시장, 벤처캐피털, 에인절 등 공적자금과 사채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업경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을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김이숙(이코퍼레이션 사장)=지난해만 해도 인터넷이 활성화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자금압박을 받아도 달라고 할 데가 없었고 누가 주려하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넷공모를 하기로 했던 것도 「죽기 전에 한번 해보고 죽는다」는 심정으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올 3월부터 미국시장의 인터넷붐이 국내로 전이되면서 6월까지는 인터넷 기업의 미래가치를 앞세워 투자붐이 일었습니다. 창투사들 또한 경쟁적으로 인터넷벤처기업 투자를 시작, 투자 혜택을 입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포털, 전문사이트, 중고차매매, 경매, 미디어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자본과 연계된 집단, 즉 경영·회계·법률·컨설팅 전문가들이 부족하며 자본은 있으되 성공한 사업모델이 별로 없어 자금시장이 활성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자본가와 기업을 연결해줄 수 있는 매개자, 중개자가 부족해 자금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홍보 능력이 뛰어난 기업은 공급과잉 상태를 빚고 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공급이 안되는 수급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에인절이든 벤처캐피털이든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생리를 모두 알고 투자와 업체를 연결하고 가치평가를 해줄 중개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사회=새로운 밀레니엄은 인터넷비즈니스가 주가되는 인터넷혁명시대가 될 것입니다. 현재 벤처기업의 70%가 정보통신(IT)분야며 이 가운데 주류가 인터넷기업인 것이 현실입니다. 21세기에는 인터넷벤처기업 전성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증권시장의 경우도 이미 우리나라가 사이버투자 세계 1위라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증권업계도 사이버거래를 하지 않는 기업은 매출이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넷벤처기업은 자금이 중요합니다. 옛날만 해도 사채나 친척 돈으로 운영했지만 이제는 공적자금이 많습니다. 자금공급자의 입장에서 인터넷기업의 파이낸싱 방법을 들어보겠습니다.
△곽성신(우리기술투자 사장)=저는 좀 회의적인 시각에서 인터넷벤처기업에 접근할까 합니다.
최근 들어 인터넷주가의 버블 논쟁이 가열되면서 심지어 선발 인터넷업체들에까지 위기감이 높습니다. 인터넷공모가 자꾸 늘어나는 것도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벤처기업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터넷비즈니스의 속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우선 재무적인 면에서 인터넷기업은 하드웨어 구축, 웹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회원확보 등을 위한 초기투자가 큽니다. 그런 반면 토지, 건물, 제조설비, 재고 등 담보가치가 있는 자산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일정 이상의 회원만 확보되면 별 투자 없이도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기존 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또 새로운 모델을 사업화하는 초기 시장진입자가 주도권을 장악, 후발업체가 따라오기 어렵다는 것도 인터넷비즈니스의 특징입니다.
인터넷기업은 현재 자금조달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우선 실물 또는 기술담보 설정이 어려워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기관에서는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하고 초기투자액이 커 상당기간 운영자금을 벤처캐피털, 에인절 등 외부자금조달에 의존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코스닥 등록시 기존의 기업평가 기준을 적용, 기업들이 코스닥등록을 추진할 때 여기저기 주관증권사를 찾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증권업협회, 코스닥증권, 증감원 등 관련기관에서부터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인터넷비즈니스 주식인수 전문 증권사 지정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용환(STIC 사장)=저는 투자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STIC만 해도 현재 투자 요청기업(70개) 가운데 인터넷벤처기업이 40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보통 5억∼7억원의 자금을 필요로 하며 많게는 10억∼30억원까지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인수 부분에 들어가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액면가에 주식을 인수하라는 기업은 없고 최소 2배, 보통 4∼5배에 달하며 일부기업은 액면가의 10∼20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이들 벤처기업의 매출규모는 극히 미미하며 일부는 아예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가의 입장에서 보면 현 상황은 버블인지 아닌지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예를 봐도 인터넷기업은 2년이면 공개(IPO)가 가능하고 기업의 미래가치가 충분하게 인정돼 높은 주가를 형성, 시가총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투자가 인터넷기업에 몰려드는 선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근본적으로 인터넷기업의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투자자 입장에서 인터넷기업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인터넷기업의 투자, 즉 자금공급은 투자시가와 밀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투자할 때의 주식매입단가와 관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기관이 초기 인터넷 벤처기업에 밀착, 정확한 평가를 거쳐 신속한 투자를 실시, 투자가와 기업이 함께 성공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미투(metoo)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해보자는 식이지요. 그러나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투자자본이란 준비된 분들에게만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이젠 담당 정부부처의 입장을 들어볼까요.
△임차식(정통부 SW진흥과장)=벤처기업은 기본적으로 아이디어와 기술 중심으로 설립되기 때문에 초기부터 단계적으로 충분한 자금이 지원돼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통부는 올해부터 벤처지원을 융자위주에서 투자 중심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창투사를 통한 간접투자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최근 정부와 민간 매칭펀드 형태로 1000억원 이상의 IT 전용펀드 결성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와 함께 IT벤처기업 전문 창투사 설립을 유도, 한국IT벤처투자와 스틱IT벤처투자를 올해 출범시켰습니다.
앞으로도 정통부는 인터넷 등 IT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민간부문과 협조, 전용 벤처펀드를 지속적으로 결성, 자금을 지원해나갈 방침입니다.
△사회=이제까지 투자가, 기업, 정부 등 각계의 인터넷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기술투자 곽 사장님께서 인터넷비즈니스에 대한 전망을 내리는 것으로 이번 토론회를 마칠까 합니다.
△곽성신=과거 우리는 TV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TV 없이는 살기 힘들고 TV를 통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까. 전화나 컴퓨터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더욱이 인터넷은 혁명으로 표현될 만큼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만도 2∼3년내 10조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습니다. 멀지않아 인터넷은 우리 사회의 다방면에 응용될 것입니다. 인터넷비즈니스가 우리 사회의 중추적 인프라가 되는 것은 필연적인 추세입니다.
정리=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