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82)

 나는 배용정과 함께 고려방적에서 문제가 됐던 제어장치 시스템을 점검했다. 오작동을 일으킨 기계가 너무나 많아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오작동의 원인이 칩의 결함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호환되지 않는 기계 시스템에 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것을 알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 밤 고려방적 공장에서 거의 자정이 넘을 때까지 문제가 됐던 기기들을 점검했다. 공장장 윤두수와 기술주임 임창룡, 그리고 다른 두 명의 기술자들이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함께 살펴봤다. 약 3개월동안 한번 이상 멈춘 일이 있는 기계는 1000개가 넘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마치 의도적으로 불량품을 만들어 공급한 것처럼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처음에 기계가 멈췄을 때는 자동제어장치 때문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관리자들이 무엇을 잘못 건드려 일어난 현상으로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것이 수십개에서 수백종으로 늘어나고, 자주 그런 사고가 나자 우리는 면밀한 점검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자동제어장치의 오작동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장장 윤두수는 그들이 강력하게 나온 이유를 애써 설명했다. 나는 창피한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5000개를 납품했는데 1000개 이상이 고장났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사태는 기술자로서 수치를 느낄 정도로 엉망이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공장장님. 전량을 교체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문제가 됐던 것을 교체하고, 다른 것도 모두 바꾸겠습니다.』

 『바꾸는 것도 바꾸는 것이지만, 이번 일로 영준소프트웨어는 신용이 떨어졌어요. 아마 다음부터 계속 거래하기는 어려울 듯하니 이해해주십시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1개에 5만원 정도 하는 기계를 5000개 교체한다면 2억5000만원을 무상 공급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금에 압박을 받던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 사장님을 한번 뵙고 갔으면 하는데 내일 아침에 회사에 들르겠습니다. 만나뵙고 이번 일을 정식으로 사과하지요.』

 나의 말에 공장장 윤두수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미안합니다, 최 사장님. 그렇지 않아도 최 사장님이 오신다고 보고 드렸습니다만, 이 사장님이 스케줄이 있어 못 만난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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