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요즘 주요 대기업의 경영자들을 국내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 기업설명회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홍콩·런던·뉴욕에서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현대그룹도 25일부터 홍콩을 시작으로 싱가포르·런던·프랑크푸르트·보스턴·뉴욕 등을 순회하는 대규모 기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삼성그룹·SK그룹 등도 계열사별로 해외 기업설명회를 준비중이다. 이들이 계열사 경영진을 총동원할 정도로 외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정부와 약속한 부채비율 200% 제한시한인 연말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외자도입 목적은 명목상 체질개선, 신기술 개발, 해외시장 개척이지만 실제로는 부채비율 제한규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한 대기업 재무 관계자의 말은 최근 열풍처럼 번진 외자유치의 그릇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외자유치는 사실 기업의 일상적인 자금조달 방법일 뿐이다. 외국자본의 조건이 국내 자본의 그것보다 좋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계약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외국자본을 도입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치밀한 사업전략이나 경영전략 아래 외자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외자를 도입하고 있는가. 그 대답은 회의적이다.
몇몇 기업의 외자유치 과정에서 헐값 논쟁이 일었다. 외자유치에 성공한 일부 기업들도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외국인 임원들의 간섭으로 소극적인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대기업마저 부채비율을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여기저기 외국자본에 손을 내미는 판이다.
외자유치가 우리 기업에 「약」이 될 수 있으나 동시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양면성을 생각지 않고 무조건 외자유치를 「선」으로 여기는 풍토는 문제가 있다.
외자유치는 「경제 살리기」의 한 해법에 지나지 않는다. 외자유치 정책에도 새로운 변화를 줄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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