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커버스토리.. 외자 유치 "빛과 그림자"

 『이러다가 문전옥답을 다 빼앗기는 게 아니냐.』

 올들어 우리 전자·정보통신 업계에 불어닥친 외국자본 유치 바람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 목소리는 외자유치로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자는 슬로건에 밀려 자그마하게 들리고 있으나 언제 커질지 모른다.

 전자·정보통신 업계의 외자유치 바람은 거의 열풍에 가깝다. 유명 대기업에서부터 낯선 이름의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외자 유치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만도 한국통신프리텔·삼성전자·코오롱정보통신 등이 각각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에 이르는 굵직굵직한 외자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수백만달러 규모까지를 포함하면 외자유치는 이달에만 10건이 넘는다. 사나흘에 한번씩 외자유치가 성사되는 셈이다.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외자유치는 다른 업종에 비해서도 활발하다. 산업자원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규모는 4억7700만달러로 제조업 투자순위 1위를 차지했다. 현행 업종 분류에서 서비스 업종에 포함되는 정보기술(IT) 분야를 포함하면 외국 자본의 눈길은 전자·정보통신 등 첨단업종에 집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대답은 간단하다. 외국 투자가들의 눈에 이들 산업은 한국의 「알맹이」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도 외자유치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외국 자본의 유치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면한 자금난에 숨통을 틀 수 있으며 해외시장 진출에도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인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설비 증설이나 해외사업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 외자유치가 국내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가. 아직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초창기로서 그 성과를 말할 단계는 아니나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한 벤처기업가는 『그동안 해외시장 개척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외자를 유치한 이후 투자여력이 생긴데다 외국 투자가가 현지 거래처를 적극 물색해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들도 『자금난 완화, 수출 증대의 외형적 성과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가들의 「눈높이」에 맞춰 선진 경영기법과 투명경영 체제를 도입하게 되면서 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비판론자들은 국내 전자·정보통신 업계의 외자유치를 체질개선보다는 일시적인 자금난을 넘기기 위한 미봉책으로 본다. 이들은 최근 몇몇 업체가 헐값에 지분 또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이들은 또 외자유치는 국내기업의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외국투자가들에 고스란히 넘겨줘 장기적으로 국내산업의 대외 종속이 가속화할 것으로 걱정한다.

 비판적 시각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국내 전자·정보통신 업체의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장악하는 외국 투자가는 많지 않으나 앞으로 2, 3년 후 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때는 이들이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외국자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몇년 전과 뚜렷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IMF 이후 외국자본을 「빚쟁이」로 보는 국민은 요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빚쟁이」가 아니라 「구세주」로 여길 정도다.

 정부도 외자도입법 개정을 비롯해 외국 자본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종 제도 정비를 대내외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 역시 국내기업과 외국 투자가를 연결해주는 중매자를 자처하고 있다.

 정부는 26일 외국 투자가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외국인투자 옴부즈맨 사무소를 열었다. 27일에는 청와대에서 외국인 투자기업의 성공사례 발표회와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 정부는 전자와 정보기술 등 첨단업종의 외자유치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러한 외자유치 정책은 일단 성공적이다. 국내 첨단업종에 대한 외국투자가들의 발길이 날로 잦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서 「외자유치 이후」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에서 더이상 빼먹을 게 없다』고 판단해 투자를 철수할 경우에 대비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또 외자유치가 국내산업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따져보는 정책 담당자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IMF체제 2년을 앞두고 외자유치의 의미를 되짚어보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