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과 지폐로 대별되던 화폐에 신용카드가 나오면서 「화폐의 혁명」이 시작됐다. 이른바 「플라스틱 머니」로 불리며 급속한 확산속도를 보이던 신용카드는 국민 1인당 1장 이상을 소유할 정도로 대중화한 화폐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제2의 화폐혁명」인 전자화폐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돈을 가상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전자화폐다. 특히 전자상거래가 일반화하고 있는 요즘, 전자화폐는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디지털 경제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전자화폐는 그 개념조차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따라서 전자화폐의 동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그 개념부터 명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 전자화폐는 지금의 주화나 지폐를 대체하는 일종의 「현금」으로 주로 소액거래가 그 목적이다. 다시 말하면 주화나 지폐가 지닌 속성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는 말이다. 다만 이때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종이나 금속이 아닌 디지털 정보다.
전자화폐는 전자지갑·가치저장카드·스마트카드 등과 혼동하기 쉽다. 전자지갑은 스마트카드의 칩운용체계(COS)위에 탑재할 수 있는 일종의 응용프로그램으로 전자화폐를 담는 그릇이다. 가치저장카드도 전자지갑과 마찬가지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이들 두 개념은 디지털 가치를 먼저 저장한 후 사용한다는 차원에서 「선불카드」로 불리기도 한다.
스마트카드와도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지갑·전자화폐·신용카드·직불카드 등 응용프로그램을 아우르는 CPU 지능형카드로서 역할을 하는 스마트카드는 전자화폐와는 명백히 다르다. 이처럼 전자화폐와 스마트카드가 자주 혼동되는 이유는 일종의 응용프로그램인 전자화폐가 현존하는 보안수단 중 가장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IC칩 기반의 스마트카드에 흔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자화폐는 기존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실물화폐의 속성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독자적인 장점이 있어야 한다. 우선 실물화폐가 지닌 자유로운 양도성, 사용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익명성을 지녀야 하고 공간적인 제약이 없어야 하는 점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전자화폐는 그것만이 갖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차세대 지불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시공을 초월한 네트워크상에서의 지불이 가능하므로 EC의 급부상에 따른 보편적 지불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지난해의 경우 국내에서 10원짜리 동전을 발행하는 데 27원이 소요됐고 유지관리에 추가비용이 드는 등 실물화폐 관리에 따르는 비효율성을 해소할 수 있어 화폐 유통에 따른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소액단위의 현금을 다량으로 휴대해야 하는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고 양도나 거래의 과정에서 화폐 위·변조가 불가능한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세탁과 비자금 등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기에 현재 세계적으로 시범운용중인 전자화폐는 가치저장한도를 대체로 수만원대 이하로 제한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주피터커뮤니케이션스사는 전자화폐의 성장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 회사 보고에 따르면 전자화폐가 주로 1만원 이하 소액 결제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0년에 이르면 이를 통한 온라인 결제규모가 미국내에서만 무려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의 경우 전체 온라인 상거래에서 10달러 이상은 신용카드가, 10달러 이하 소액 결제수단은 전자화폐가 주요한 지불수단이 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했다. 이처럼 향후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전자화폐는 현재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험운용중이다.
전자화폐는 그 운용방식에 따라 칩카드에 가치를 저장해 사용하는 IC카드형과 PC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사용하는 네트워크형으로 나뉜다. 시험운용중인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한국·일본·홍콩·싱가포르·남아공화국 등 18개국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 운용되는 전자화폐는 IC카드형이 대부분으로 몬덱스, 비자캐시, 프로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몬덱스는 현재 뉴욕·홍콩 등지에서 이미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전세계 15개국, 1270만개의 가맹점에서 운용중인 전자화폐로 현재는 국제호환 결제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몬덱스는 유일하게 개인간 자금이체가 가능한 오프라인형 전자화폐로 점차 그 사용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몬덱스 운용과 관련, 주목할 만한 지역은 뉴욕·홍콩·캐나다 등지다. 뉴욕·홍콩의 경우 이미 상용서비스를 시작, 자국의 화폐로 전환 사용이 가능하다. 또 캐나다의 경우 온타리오주 구엘프시에서 시행한 시범운용은 캐나다 주민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어 올해 안에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시범사업에서는 몬덱스 캐나다가 주요은행인 로열뱅크·CIBC은행 등과 공동으로 약 1만명의 구엘프시 주민들에게 카드를 발급, 현재 시내 상가의 90%에 해당하는 570개 점포에 카드 터미널을 공급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전자화폐들이 IC카드 기반의 가치저장형인 데 비해 PC에 그 가치를 저장, 온라인 지불을 가능케 하는 e캐시는 디지캐시사가 개발한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다. e캐시는 현재 미국·호주·독일·핀란드·스웨덴 등지에서 시험 운용중이다. 젬플러스·슐렘버거·베리폰 등 카드제조사는 물론 AT&T·IBM·도시바 등 통신 및 컴퓨터업체도 참가해 만든 실질적인 국제표준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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