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PC시장은 중요한 판도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변화가 심한 하이테크분야 중 PC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부문에 속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바로 몇달 후 업계판도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 추측을 불허한다.
IBM이 미국 PC소매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는 최근 발표는 IBM PC와 함께 80년대 PC시대를 맞이했던 사용자들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PC시장은 IBM이 가진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으로도 승부하기가 벅찬 「공격적인 가격과 마케팅 싸움터」로 변한 것이다.
시장흐름을 읽는 데서 경쟁업체에 뒤진 IBM은 지난해 10억달러, 올해 상반기 2억39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해온 끝에 PC 소매를 중단하고 온라인판매로 완전히 돌아서 이 시장에서 완패했음을 인정했다. IBM은 이 조치에 앞서 기업용 PC사업부와 가정용 PC사업부를 통합하고 PC부문 전체 직원을 10%까지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IBM의 실패는 PC시장의 「저가화 추세」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베드에 따르면 3년 전 1800달러였던 PC 평균가격이 지난 8월 처음으로 800달러 이하로 낮아졌으며 소매시장에서 판매된 PC 중 약 50%는 600달러 이하 제품이었다.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e머신스는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면서 미국 소매시장에서 IBM을 제치고 컴팩과 HP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PC시장에서 관찰되는 또 하나의 현상은 소비자·기업시장 양쪽에서 1위를 견고하게 지켜온 컴팩의 동요다. 컴팩은 에커드 파이퍼 전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떠난 후 PC시장에서 유지해온 카리스마가 퇴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세계 1위 업체인 컴팩과 2위인 델과의 간격이 점차 좁아지고 있고, 미국 소매시장(온라인판매 제외)에서는 HP가 컴팩의 1위 자리를 강력히 노리고 있다.
직판정책을 통해 무섭게 성장, 세계시장에서 IBM을 제치고 2위로 떠오른 델에게는 지금이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마이클 델 회장도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현재 11%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몇년 안에 25∼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PC 중 반이 자사 제품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델은 지난 몇년동안 PC시장 성장률의 2, 3배에 달하는 성장을 계속해왔으며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44% 늘어날 전망인 등 판매호조가 계속되고 있어 조만간 1위 자리를 두고 컴팩과 한판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델·IBM 등 온라인 판매업체들을 제외한 미국 소매시장에서는 HP가 컴팩의 선두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특히 HP를 주목하는 이유는 품질·가격경쟁력·판매망 등에서 경쟁업체들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 프린터·스캐너·CDRW 등의 제품과 PC를 함께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도 PC구매자들의 구미에 잘 들어맞는 것으로 평가됐다.
인포베드는 지난 8월 현재 소매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가정용 PC 15개 중 6개가 HP 제품이었으며, 이 추세라면 HP가 올해 말 1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HP의 8월 판매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무려 86%가 늘어나 컴팩을 제치고 소매시장 1위를 차지, 재고불안 문제만 해소된다면 1위 업체로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같은 증가율은 같은 달 미국 전체 PC 소매시장 증가율(42%)의 2배를 웃도는 것이다.
이밖에 패커드벨NEC는 지난 2년동안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최근 아메리카온라인과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게이트웨이는 3·4분기 순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38%나 증가하는 등 업체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격과 마케팅력을 무기로 한 거대업체들 사이의 싸움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 올해 말 시장부터 눈여겨볼 일이다.
안경애기자 ka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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