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보의 바다」 「정보의 무한창고」 같은 추상적 개념들로 수식되던 인터넷이 어느새 삶의 인프라가 됐다. 「내 이름은 wjm@mit.edu. 전자세계의 한량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죽지않고 산다」. 윌리엄 미첼 MIT대 교수가 「비트의 도시」에서 이렇게 말했듯 네트워크는 우리 삶의 무대가 됐다.
인터넷은 지구촌을 하나로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이제는 디지털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면서 비트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디지털 신천지는 전에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자고 일어나면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인터넷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생활하는 E라이프가 유행하고, 웹을 사무공간으로 일하는 E워커가 등장했다. X세대는 가고 N세대가 인터넷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혁명에 사각지대는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것. 정치의 패러다임도 전혀 새로운 틀로 바뀐다. 우선 권력의 핵심이 이동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내다봤듯 산업사회의 파워 엘리트들은 세계의 지배권을 상실하고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고 있는 것. 글로벌 스탠더드를 쟁취하기 위한 전쟁,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장악하기 위한 싸움에서 산업사회의 관료와 경영자들은 모험투자가와 흥행업자, 벤처 경영자들로 구성된 신정보군단에 의해 무참히 격파당하고 있다.
인터넷은 아테네 시민들이 누렸던 직접민주주의를 경험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벌써 사이버국회의원, 사이버정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브래들리 상원의원이 온라인으로 최고액의 정치헌금을 모집해 화제가 됐고 국내에서는 한 대학생이 만든 인터넷사이트가 국회의원들의 인기도를 주가로 환산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학자 마셜 맥루한의 말대로 정치가 대의(代議)로부터 선거구 전 주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변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사회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수직적인 계층구조를 유지하기 힘들다. 네트워크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무한하고 평등하다. 공간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이란 허용되지 않는다.
인터넷은 수직적인 사회구조를 점차 수평적으로 돌려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HTML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지식만 있으면 누구든 인터넷에 개인방송국을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통신망을 통해 정보를 복제해 지구촌 곳곳에 보낼 수 있다.
웨보노믹스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경제활동의 본질도 바뀌고 있다. 정보가 디지털로 전송되면서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통한다. 기업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공급자와 고객의 뚜렷한 차이도 없어진다. 상품(Product)과 서비스(Service)가 「프로비스(Provice)」로 만나고,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는 프로슈머로 결합된다.
그 결과 중간상, 도매자, 유통업자, 브로커라는 개념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이버공간을 통해 유통이 이루어지면서 주문형 생산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은 IT업계에 새로운 벤처 영웅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가 정보시대의 새로운 영토라면 야후의 제리 양이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이 디지털 영토의 개척자들이다. E트레이드의 크리스토스 코차코스, e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어, 넷스케이프의 마크 앤드리슨, 어스 링크의 스카이 데이턴. 이들은 모두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메인 스트리트를 정복해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이렇게 되자 거대 기업들도 앞다퉈 인터넷 중심의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요즘 IT업계의 거인들 사이에선 「웰치이즘(웰치 회장의 경영전략)」의 바람이 불고 있다. GE의 잭 웰치 회장은 『1, 2위가 아닌 사업에서는 손을 떼라. 경영의 생명은 속도』라면서 「넘버 원 또는 넘버 투」 전략을 강조한다. 1위가 되어야 할 곳은 물론 인터넷 비즈니스다.
인터넷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기 시작했고 인터넷혁명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새 밀레니엄시대에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웰치 회장은 인터넷시대 기업의 생존조건으로 자기개혁과 변신을 꼽는다.
인터넷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면 철저한 자기파괴를 통해 새로운 물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GE는 모든 사업부에 전자상거래 전담 임원을 배치해 직원들의 업무평가에 전자상거래(EC)실적을 포함시킨다. EC를 전담하는 사업파괴팀(Destroy your business.com)이 경영체제를 완전히 인터넷중심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
인터넷시대는 끝없이 새로운 문화현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포털, 커뮤니티, 허브사이트 같은 신조어들이 그러한 문화현상을 대변한다. 지구촌이 하나의 마을로 묶이면서 시간과 거리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누구나 인터넷 빌리지에 입주해 사이버이웃을 사귈 수 있게 됐다. E메일은 전화보다 익숙해지고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컴퓨터그래픽 아바타가 네티즌의 분신이 되고 있다.
1만년 전의 농업혁명, 200년 전의 산업혁명,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이 키워드가 되는 정보혁명기다.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정보군단」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래는 불투명하다. 피터 드러커 교수가 93년 발간한 명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설파했듯 그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학문애호가일 뿐이다. 학식에 상관없이 자신의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식근로자들이 미래를 이끌어간다. 과거의 패러다임과 결별하는 상황에서 세상은 상상력과 혁신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것이다.
팀 버너스리는 월드와이드웹이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며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무지를 해소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창이 되기를 바랐다.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직후 그는 『웹이 지식을 공유하는 양방향의 바다에 가까워지기를 꿈꾼다. 세상의 불행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사이버공간에서 그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모든 길이 인터넷으로 통하는 시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는 이 격변기에 네티즌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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