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안쓰면 죽는 시장인가.」
4개 이동전화사업자의 단말기 보조금 축소 실시 20일이 지나면서 10월 이동전화 시장이 또 다시 침체에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10월의 종반으로 접어들었지만 보조금 축소를 실시한 4개 사업자 모두 순증가입자수가 상승은커녕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증가 둔화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3개월 동안 매달 100만명 넘는 가입자 증가를 기록했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 현상으로 당초 예상보다도 시장상황이 훨씬 안좋다는 평가다. 4개 사업자와 달리 보조금 축소에 참여하지 않은 SK텔레콤은 그나마 사정이 좀 괜찮은 편이다.
20일 현재 SK텔레콤의 누적가입자수는 918만명선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23만여명이 신규로 가입했다.
그러나 SK텔레콤 역시 『10월 이동전화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는 주위 평가와 달리 『경기가 별로』라는 반응이다.
일부 유통점에서 「이동전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플래카드까지 내걸며 가입자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달 같은 시기와 비교, 60% 수준의 실적만을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이같은 가입자 증가 둔화세에 대해 답답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소비자와 시장이 이미 공짜 단말기에 길들여져 있어 지금의 가격으로 가입자를 모으기는 역시 어렵다며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4개 후발사업자들은 「돈을 안쓰면 가입자는 오지 않는다」는 명제가 여실히 증명되고 있지만 『보조금을 다시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상반기에 올해 마케팅 예산을 거의 다 소진했고 하반기에도 많은 돈을 지출, 더 이상 쓸 돈도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특히 일부 사업자들은 올 연말 부채비율 축소와 순익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연내에 보조금을 다시 올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모 PCS사업자 마케팅 임원은 『하반기 들어 가입자중 상당수가 신규 단말기 확보를 목표로 잠시 들어왔다 나가는 철새형이라 무리하게 보조금을 쓸 필요를 못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전화업계 일각에서는 『다음달에도 가입자순증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분명 다시 보조금을 올리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라며 사업자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없이 사업자 자율만으로 진행된 국내 초유의 보조금 축소 정국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아직 안개속이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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