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매장면적이 150평이 되지 않는 PC방은 18세 이상가 게임물을 원천적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은 단순히 경제력으로만 경쟁하고 재력 있는 사람만이 이 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PC방을 게임만을 위한 오락실로 간주해 규제하는 것은 정보시대에 역행하는 반문화적 행위다』
다음달 8일 PC방 사업자 등록을 앞두고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이하 음비게법)과 관련해 신문사에 쏟아져 들어오는 팩스와 전자우편의 주요 내용이다.
음비게법을 찬성하는 의견은 별로 없고 모두가 좋지 않다는 내용이다. 그것도 대충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PC방을 모두 죽이려고 한다』는 반응이다.
이른바 음비게법에 관한 정부와 PC방 사업자간 문제의 본질은 이렇다. 문화관광부는 올해초 「음반, 비디오물에 관한 법」을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으로 대체하면서 PC방을 「게임제공업(멀티게임장)」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업소용 게임을 「전체 이용가」 「18세 이용가」 두 등급으로 구분했으며 기존 게임오락실이나 PC방 구분없이 바닥 전용면적이 150평 규모가 되면 종합게임장으로 구분해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오락 프로그램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PC방 사업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우선 PC방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오락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PC방은 게임은 물론 정보검색, 전자우편, 문서작성 등 여러가지 서비스가 제공되는 만큼 기존 오락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PC방 사업자들은 게임제공업을 「멀티미디어 서비스제공업」이나 「정보매개업」 등으로 규정해 기존 게임장과 구별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게임등급과 관련해서도 규모가 큰 게임장이나 PC방에 18세 이용가를 허용해 성인들만 출입이 허용되는 심야시간에도 성인 대상 게임물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게임물 취급등급을 매장규모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에 반한다는 의견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정책도 마찬가지다. 이해 관계자들의 가치관이나 신념,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같은 정책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특정 현상을 두고 「절대적 잣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한 기준이나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가 있다면 그곳은 전체주의 사회일 것이다.
앞으로 PC방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어떤 문제든 중요한 것은 실리와 명분이다. PC방 문제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부는 「명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C방이 게임 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게임서비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사업자들의 주장처럼 「멀티미디어서비스 제공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기존 전자오락실과의 형평성을 들어 업계의 법개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PC방 사업자들의 입장은 「실리」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PC방을 컴퓨터와 인터넷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전자오락실과 달리 많은 학생과 성인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간주해달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어느쪽이 옳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다른 무엇보다 「명분」을 앞세워왔다. 그러나 PC방이 많은 사람들에게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손쉽게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의 의견을 다소 반영해도 좋을 듯싶다. 문제로 여기고 있는 「유해사업장으로 전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벌칙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문화부가 당초 게임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음비게법 개정을 추진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PC방 사업자들의 긍정적인 의견이 반영된 법적 보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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