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 전국적으로 1만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이렇다할 법적 근거조차 없어 관계 당국과 업주 사이에 마찰이 꼬리를 물었고 청소년 탈선공간으로 지탄받기도 했던 PC방이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PC방과 관련된 현황과 전망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PC방은 PC·온라인게임업계에는 가장 큰 수요처로 부상했으며 PC·네트워크장비·소프트웨어 등 관련업계에도 톡톡한 특수를 제공했다. 관련업계는 PC방에 최소한 1조원 이상의 민간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PC방에는 하루 100만명 이상이 드나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고성능 민간차원의 정보통신 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제도상으로 학교 근처에 있는 PC방에 대해서도 앞으로 2004년 상반기까지 기득권이 인정됐고 최근에 아파트내 상가에서도 개설이 허용되는 등 지난해에 비해 입지가 크게 넓어졌다. 그러나 PC방을 둘러싼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PC방의 업종성격을 둘러싼 논란은 한마디로 이 업종의 현실과 가능성에 대한 당국과 업계의 시각차에서 비롯되고 있다.
PC방에 대한 업종규정은 현행법상 「게임제공업(멀티게임장)으로 돼 있다. 그러나 PC방에 대한 업종규정은 이 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지적됐고 지금도 논란을 빚고 있다. 당시 업주들은 PC방에서 게임은 물론 인터넷 검색, 채팅, 리포트 작성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게임제공업」으로 못박으려는 당국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들은 당국에 「게임제공업」보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업」 「정보 매개업」등으로 규정해 기존의 게임장업과 구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PC방이 게임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게임서비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게임제공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기존의 컴퓨터 게임장(전자오락실)과의 형평성을 들어 업계의 법개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 산하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회장 박원서)는 PC방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PC방의 업종규정을 「멀티콘텐츠 제공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회장 박대동)는 PC방을 「인터넷 플라자」로 자체 규정하는 등 정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다음달 8일로 돼 있는 사업자 등록을 거부한 채 PC방을 「등록예외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PC방의 증가 추이는 가히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 추세는 한편으로 PC방의 영업매출을 급격히 감소시켜 PC방산업의 단명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시간당 2000원 이상을 유지했던 PC방 이용료는 지난해 말 1500원대로 떨어졌으며 올 상반기에는 간신히 평균 1000∼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소간 생존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증거다. 올 하반기들어 업소가 밀집한 주요 상권에서는 매물이 늘어나고 대형업소로 통폐합되는 등 전반적으로 신규개설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PC방이 포화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PC방이 법적으로 게임제공업의 굴레를 벗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이 업종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경영적 차원에서는 최소한의 수지를 맞추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아이템을 개척하는 것이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 유해공간이 아니다」라는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업계는 PC방이 새로운 업종으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들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와 「건전한 문화공간」이라는 여론의 공감대를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업종성격에 대한 논란을 떠나 PC방은 이미 신세대들의 문화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정보통신 인프라로서 우리사회에 유익한 공간이 될지 아니면 과당경쟁속에서 게임 업소로의 한계를 안고 쇠락할지 PC방은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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