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
잠시 당신이 가장 최근에 예를 들어 식료품점이나 항공사, 신용카드회사의 고객서비스 담당부서, 전화교환센터 등에서 고객으로서 직원과 접촉했던 5가지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라. 여기서 당신은 만족스런 서비스를 받았는가? 아니, 서비스라는 걸 받기는 했는가? 훌륭한 서비스를 당신 사업에도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는가, 아니면 저런 서비스는 절대 제공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가. 설사 당신이 만족스런 서비스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회사가 다음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당신이 준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던가? 그 회사가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당신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던가?
고객과의 모든 직접적인 접촉은 고객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고 고객의 욕구를 보다 잘 알기 위한 기회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 접촉은 그렇질 못하다. 4장에서 본 바와 같이 고객들이 페덱스의 온라인 택배 추적애플리케이션을 호평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시스템을 운영하던 사람이 처음에 전혀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 일이라곤 고객에 관한 정보를 입력해서 컴퓨터 화면에 뜬 결과를 그대로 읽어준 것뿐이다. 인간은 아주 형편없는 컴퓨터 주변장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상업은행은 소액의 거래를 하는 고객과도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은행은 고객의 모든 전화를 자동응답기가 아닌 사람이 직접 받도록 했다. 그리고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보조직원에게 전화가 연결되도록 확실히 해 놓았다. 이론상으로는 담당자가 없을 때 보조직원이 자동응답기가 할 수 없는 인간적 교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보조직원은 전화가 왔었다는 메시지를 남겨놓은 역할밖에 하지 못하며 대개는 고객이 원해서 다시 음성메일로 돌려지게 된다.
게다가 오후 5시가 넘어 보조직원이 퇴근해 버리면 고객은 그 은행의 음성메일 시스템에도 연결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인간적 교감」을 제공할 사람이 없으니 전화를 끊을 도리밖에 없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객들이 싫어하는 자동응답 인터페이스의 개선을 모색했을 것이다. 목소리를 사용한 「전자 전화비서」 와일드파이어(Wildfire)가 그 중의 하나다. 이 와일드파이어는 걸려 오는 전화를 선별해서 담당자에게 연결시키고 전화가 왔다고 알려주는 등 많은 일을 한다. 이 시스템은 또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담당자의 귀에다 조용히 알려줌으로써 전화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며 자주 거는 전화번호를 기억하기도 한다.
와일드파이어는 무엇보다 은행이 맨처음 부닥쳤던 전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연결시키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따라서 비록 기술에 기반한 인터페이스-교환원을 대신한 자동응답시스템, 창구직원을 대신한 현금자동입출력기, 안내데스크를 대신한 무인자동안내기(키오스크) 등-가 비인간적이고 융통성이 없을지라도 최소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은 가능한 것이다. 이 기술 인터페이스는 이미 요금부과, 주문입력, 주문상황 신청 등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컴퓨터로 대체시킴으로써 고객과의 거래를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기술 인터페이스는 절대로 무례한 법이 없다. 어떤 시스템 기종은 2개국 이상의 언어를 말하기도 하는데 머지않아 문자와 그래픽뿐만 아니라 음성까지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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