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련은 특별히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왔다. 그것은 내가 그렇게 하라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흰 장미꽃 수가 놓여진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눈에 확 띄었다. 너무 강렬한 의상이었으나 저녁이 되면서 어두워지자 그런 대로 어울렸다. 몸집이 작고 귀여운 외모였기 때문에 화려한 의상을 입으면 더욱 어려 보이면서 예뻤다. 별로 잘 하지 않던 화장까지 하였다.
『오늘은 한껏 모양을 냈네?』
나의 말에 그녀가 눈을 흘기면서 대답했다.
『모양을 내고 나오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와 나를 보면서 언제 결혼을 하느냐고 한마디씩 하였다. 자리가 잡히면 결혼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해 동안 미루었다. 군대 생활 초년병 시절에 만났으니 그녀를 안 지도 다섯 해가 넘어갔다. 나와 같은 나이니 그녀의 나이도 이제 스물일곱살이다. 여자의 나이로는 혼기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결혼을 언제 하느냐는 인사를 받을 때 나는 올 가을쯤 해서 식을 올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제 노지우 과장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가을쯤 하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그때 송혜련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결혼을 재촉한 일이 없었다. 우리가 결혼을 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언제 할 것인가 의논한 일도 없었고, 하자는 재촉을 받은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집에서는 여러 번 재촉을 한 눈치였다. 그런데 가을에 하겠다는 나의 말을 듣자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그녀는 내심 결혼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었으나 차마 나에게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공장 준공식 경축 파티에서 내가 노지우 과장에게 했던 가을쯤 결혼하겠다는 그 말도 지켜지지 못했다. 그것은 그해 가을에 어음이 부도나면서 기업이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나는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대중 앞에 나가서 연설하는 일에 나는 매우 서툴렀다. 부끄러움을 잘 탔던 나는 가급적 그런 일을 피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만은 나로서는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길고 열띤 연설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연설을 할 때 거기에 온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어 다음날에도 뭐라고 연설을 했는지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회사 직원이 녹음을 한 것을 가끔 재생해서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 억양조차 뚜렷이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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