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오실로스코프시장을 잡아라.」
국내 디지털 오실로스코프시장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텍트로닉스와 HP가 주도하던 오실로스코프시장에 시장점유율이 다소 떨어졌던 르크로이가 선두 탈환을 선언하고, 후발업체로 출발한 요코가와가 최근 대대적으로 판매망을 정비하고 이들 메이저업체의 아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 이에 대응해 리딩업체격인 텍트로닉스와 HP도 적극적인 수성 전략에 나서는 등 국내 오실로스코프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수위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측기 품목 가운데 가장 큰 시장 규모를 보이고 있는 디지털 오실로스코프는 그동안 텍트로닉스·HP·르크로이가 시장을 주도해 왔다.
흥창·LG정밀 등 토종업체도 오실로스코프 품목을 생산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극히 미미한 형국이어서 사실 국내 시장은 다국적 업체의 격전장이었다. 하지만 이들 다국적 업체도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제품별로 시장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 상황이었다.
저성능에서 고성능까지 오실로스코프 제품과 관련해 라인업을 갖춘 텍트로닉스는 주로 전자통신 분야에서, 고성능 오실로스코프가 주력인 르크로이는 원자·물리 측정과 관련한 초정밀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또 HP는 무선통신과 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여 왔다.
이같이 영업 영역에서 암묵적인 묵계가 형성돼 있던 오실로스코프시장이 점차 경쟁체제로 변화한 것은 고성능 제품에 주력했던 르크로이가 최근 중저가 제품을 선보이면서부터다. 특히 최근 김민수 사장에 이어 사령탑을 맡은 김현두 사장이 자사의 시장점유율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같은 경쟁체제에 불을 당기고 있다.
김현두 사장은 초기 르크로이 제품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며 국내 오실로스코프시장에 돌풍을 몰고온 인물.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창기에 매년 두배 이상의 매출을 올려 텍트로닉스와 HP를 바짝 긴장시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김현두 사장 체제」에 맞게 르크로이코리아가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다른 오실로스코프시장의 다크호스는 선발업체에 도전장을 던지 요코가와. 오실로스코프시장에 진출한 지 채 10년이 안되는 요코가와는 최근 주력 사업의 하나를 이 제품에 둘 정도로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요코가와 제품은 국내에서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성능이나 품질은 결코 텍트로닉스나 르크로이에 뒤지지 않아 마케팅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요코가와는 직판에서 대리점체제로 바꾸는 등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단품보다는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솔루션 위주로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뒤질세라 시장수성 입장에 있는 HP와 텍트로닉스도 즉각적인 고객서비스를 위해 기술지원본부를 새로 신설하고 한국시장을 겨냥한 준비하고 있어 국내 오실로스코프시장을 놓고 한판 「진검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지털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는전자기기의 전기적 신호를 액정표시장치(LCD)에 주파수 형태로 표시하는 계기로 각종 전자제품을 생산 및 유지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계측 장비다. 전자통신 분야는 물론 전기·전력 등 모든 산업전자에서 고르게 이용되고 있으며 생산라인에서 제품성능 검사나 시스템 개발 용도로 주로 쓰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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