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에번슈워츠가 말한 웹경제학(webonomics)이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이버캐피털리즘(cyber capitalism)이 바로 그것으로 기존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곤란한 인터넷산업과 경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대표적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비즈니스는 기존 산업과 판이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선 사업 전체의 사이클이 매우 짧아졌는데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라는 고전적 관점으론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도입과 동시에 급성장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경쟁사업의 출현에 따라 성장중에 쇠락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면서 미디어 속성을 지님으로써 나타나는 현상도 특기할 만하다. 일단 고객이 접속을 해야만 무언가를 보여주고 서비스할 수 있는 수동적 입장에 있다 보니 고정고객(일종의 회원) 확보가 관건이 된다. 방송국이 시청자를, 신문사가 정기독자를 중요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벤처투자를 유치하거나 시장가치(market capital)를 산정할 때 「고객 1인당 얼마」라고 고객가치(customer value)를 따질 땐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인터넷비즈니스는 할리우드식 쇼비즈니스와 매우 유사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아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점과 콘텐츠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노하우가 접목되고 있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터넷 회사들은 많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광범위한 홍보활동을 벌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사업제휴 전략을 펼친다. 이들이 쏟아내는 광고와 뉴스는 물량면에서 볼 때 엄청나다.
특히 제휴 사이트와의 링크라는 방식으로 발휘되는 마케팅 전략은 인터넷의 특징을 대변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교감이 잘 통하는 제휴사업군을 구성해서 상세한 고객정보(Profiled DB)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 진다. 그래야만 강력한 브랜드를 내세워 부가가치가 높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 서로 주식을 맞교환(스와핑)하거나 지분투자를 통해 결속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비즈니스가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며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자 막상 오프라인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들이 인터넷과 결합되어 혁신적인 마케팅 전술과 시장이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벤처투자를 받으려는 인터넷 회사들은 요즈음 새로운 질문에 접하게 된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인가」 그리고 「코스닥시장 등록 가능성」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있어야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투자회사 입장에선 실제로 매출과 이익을 실현하면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사업을 선호한다. 주가가 매우 높아서 투자수익률도 높고 투자금 회수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른 기간 내에 코스닥 상장이 예정되어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이미 국내에서도 여행·화장품·컨설팅·호텔·캐릭터·자동차 등 전문사이트가 개설되어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는 부동산·증권·보험·방송 등 정보서비스 분야도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일 것이다. 이들은 기존사업체들을 위협하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이고 여기에 필요한 자금은 코스닥시장을 통해 효과적으로 일시에 조달하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그래야만 글로벌 경쟁에도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인 사이버캐피털리즘의 등장과 함께 각종 제도나 정책 역시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성장산업인 인터넷이 발전하기 위해선 코스닥시장과 같은 증권시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금년 초부터 코스닥시장은 폭 넓은 투자자 층을 흡수하면서 첨단 벤처주식시장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등록전 유무상 증자를 제한하는 제도 도입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는데 이는 실리보다 명분을 취한 조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막연한 명분보다는 초과수요를 충족시켜 나가면서 코스닥시장을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인터넷기업들은 전략적 제휴와 주식 스와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각종 현행법규와 제도를 볼 때 선진국에서와 같은 주식 스와핑은 거의 불가능하다. 주식거래에 따른 거래세나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조치를 설사 취하더라도 기업가치를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상속세법으로 인해 막대한 증여세를 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항상 자금에 쪼들리는 벤처기업들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상호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결국 새로운 경제환경을 잘 이해하고 지혜로운 제도적용이 이루어진다면 인터넷산업도 발전시키면서 코스닥시장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벤처스타들도 탄생되고 투자성공사례도 늘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과 코스닥을 클릭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대중적 믿음이 현실화할 때 도전적인 벤처인들은 이 시대 영웅으로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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