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61)

 아내에게는 상냥함을 내세웠지만, 실제는 목욕탕에서 몸을 밀어주는 헌신적인 부드러움과 잠자리의 기교였다. 스즈키와는 여행을 마치고 동경의 집에 와서도 단 둘이 있을 때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우리는 변기통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앉아서 성행위를 즐겼다. 여자는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애무해 주기도 하지만, 자신 스스로도 즐길 줄 알아서 이웃집에 들리면 어쩌나 할 만큼 교성이 높았다.

 일본 다이묘 주물 공장에 자동화 시스템 FA­33의 제품 계약을 하러 가서 알게 된 스즈키와의 일은 오랜 세월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송혜련을 향한 애정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귀국한 후에 스즈키에 대한 경험을 같이 일하는 배용정 선배에게 말했다. 배 선배는 그런 이야기라면 기를 쓰고 나서는 사람이었다.

 『너 같은 돌부처가 찬양하는 것을 보니까 너를 어지간히 녹여 놓았던 모양이군. 그렇게 맛이 좋더냐? 이제 일본 출장 자주 가게 생겼네.』

 그는 여자와 일어난 일을 비속한 언어로 뭉갰다. 그녀와의 일이 그렇게 떳떳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렇게 비속한 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털어놓은 것을 후회했다. 그해 겨울로 접어들면서 나는 일본 업체로부터 받은 돈으로 회사를 확장했다. 고향 선배의 서적외판 사무실을 같이 쓰던 것을 청산하고, 청계천 4가에 새로 사무실을 얻었다. 그곳은 세운상가와 가까운 곳이어서 당시의 실리콘밸리 지역에 포진을 하게 된 것이다.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역시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새로 들여왔고, 기술자 한용운, 오준호, 배용정과 한 사람의 영업사원을 두었다. 영업사원으로 영입한 노정기는 삼십대 초로 나보다 서너살 위였는데, 아직 미혼이었다. 그를 영입한 것은 그가 세운상가에서 컴퓨터 조립가게를 하면서 영업을 매우 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받은 거액의 수표가 부도나자 가게문을 닫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그를 불러 함께 일하자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정식으로 전공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기술력도 있었다. 부속을 조립해서 복제하는 것은 잘했다. 전화를 받거나 경리 일을 할 수 있는 여직원도 한 명 두었다. 여직원으로 들어온 공선미는 한용운의 아내가 추천한 후배였는데, 상고를 나와 어느 오퍼상에 있다가 최근에는 청계천 세운상가 바이트숍에서 경리일을 했다. 그녀는 몸집이 뚱뚱한 편이었지만, 키가 커서 그렇게 비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점심식사를 거르는 여자였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빵이며 과자 등 군것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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