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기계가 최근 아산공장의 생산설비 및 자산일체를 외국업체에 매각키로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도기계가 이번에 매각계약을 체결한 아산공장의 주생산제품은 가정용 에어컨과 최근 들어 주부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김치냉장고. 만도기계는 그 동안 부도여파로 판촉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도 김치냉장고 시장에서만큼은 확실한 선두자리를 지켜왔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97년 총 8만5000대 규모의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7만8000대를 판매, 전체 시장의 92%를 점유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배가 늘어난 16만대를 판매했으며 올해도 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3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에 외국업체에 매각됨에 따라 앞으로 판촉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판매목표 달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만도기계 측에서는 『외국업체로 넘어가더라도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만도기계가 외국업체로 넘어가게 되면 시장 확대보다는 내실다지기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추격하는 입장에 있는 다른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가 쉬워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만도기계의 경우 이번 매각건으로 인해 안팎에서 상당한 구조변화가 불가피, 최근 들어 성수기를 맞고 있는 김치냉장고 시장에 적극 대응키가 어려워진 반면 만도기계의 최대 경쟁상대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대기업 특유의 공격적인 판촉활동을 전개, 만도기계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달부터 김치냉장고 시장에 가세한 LG전자의 경우는 그 동안 선발업체인 만도기계의 「딤채」와 동일한 직접냉각방식의 상부개폐식 제품을 생산해온 기존 업체들과는 달리 간접냉각방식을 채택하고 디자인도 서랍식으로 설계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김치냉장고로 만도기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LG전자는 이같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출시 초기부터 한달만에 1만대 이상의 예약판매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1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등 올해 판매목표인 10만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삼성전자도 지난달에 1만4000대의 김치냉장고를 판매한 데 이어 이달에는 2만5000대 가량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등 김치냉장고 시장이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비약적인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70L 및 130L 용량의 김치냉장고 「다맛」 신제품을 개발, 출시를 서두르는 등 제품 다양화를 통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만도기계의 경우 지난달에 2만9000대 가량을 판매하고 이달에는 3만9000대 가량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방대한 유통망을 통한 판매 확대 정책에 밀려 당초 예상만큼의 판매실적은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조만간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이 만도기계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각축을 벌이는 3파전 양상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이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만도기계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만도기계의 판매신장세가 매년 10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지난해 64%로 낮아진 시장점유율이 올해는 5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안산공장 매각은 이같은 만도기계의 시장점유율 하락세에 가속을 붙일 가능성이 높아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에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만도기계의 「딤채」가 최고의 김치냉장고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도기계가 그 동안 구축해 놓은 이같은 자존심을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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