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열차 실용화 무산

 정부가 국책연구개발과제로 추진해온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이 실용화 단계에서 벽에 부딪혀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개발해 온 연구성과물들이 공중분해 위기에 놓이게 됐다.

 2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90년부터 국책연구개발사업으로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그동안 총 240억여원의 정부 예산으로 자기부상열차의 핵심기술인 리니어모터 등을 개발완료, 과학기술부가 내년도 예산에 실용화를 위한 추가예산 18억9100만원을 신청했으나 전액 삭감돼 실용화 연구가 사실상 무산됐다.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은 한국기계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한국전기연구소 등 출연연 및 대학과 현대정공이 참여해 기계연 내에 시험선로를 건설하고 120명을 태우고 시속 11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상전도유도방식의 실용화모델을 개발 완료한 상태다.

 과기부는 자기부상열차의 실용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과기부·산자부·건교부·철도청·예산청·신공항건설기획단·한국기계연구원 등 관련부처 국장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인천국제공항에 자기부상열차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며, 당시 과기부 장관이던 강창희 전 장관이 인천국제공항 건설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이에 앞서 김종필 총리도 지난해 기계연 방문 당시 실용화사업을 위한 예산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기계연은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연구사업의 하나로 2002년 개항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의 여객터미널과 국제업무지역을 잇는 1.8㎞구간에 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고 부산시와 대전시에서 추진하려던 도심형 자기부상열차 사업도 추진했었다.

 기획예산처는 그러나 내년도 예산에서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연구예산 18억9100만원을 시급한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단 측도 당초 입장을 번복, 20만평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국제업무지역을 5만평 규모로 줄인 데다 준공시기도 2005년 이후로 연기하는 등 자기부상열차의 실용화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주관부처인 건설교통부 측은 경제성을 내세워 자기부상열차보다는 셔틀버스나 궤도승용차 같은 운송수단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을 추진하려면 건설비용 860억원을 과기부가 부담하라』고 떠넘기고 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기부상열차가 실용화된 사례가 없어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건설비용의 3% 정도만 투입하면 셔틀버스 운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과기부 측은 『수요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건설비용 등은 건교부와 인천국제공항공단 측이 부담해야 하며 과기부가 실용화를 위해 수요자들의 요구까지 들어줄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과기부는 특히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핵심기술개발 지원이며 실용화 여부는 인천국제공항공단 등 수요자와 참여기업인 현대정공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또 『자기부상열차의 실용화를 위한 신호체계·궤도분기기 등 극히 일부분의 기술개발만 남아 있는 상태로 이에 필요한 추가연구비는 기계연의 기관고유사업비와 현대정공 등이 부담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9년여간 정부가 국책연구개발사업을 위해 추진해 온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이 사실상 종료됐으며 실용화 적용도 무산돼 아까운 국민의 혈세만 낭비한 셈이 됐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10년간 국책연구과제로 연구비를 지원해 왔다는 것은 충분히 실용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데도 실용화 단계에서 과제 자체가 없어진 것은 국책연구사업의 의미를 무색케 하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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