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59)

 우리는 술상을 파하고 일단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 각자의 방이 아니라 내가 묵는 방에서 술을 마셨으니 그녀가 자기의 방으로 돌아간 것이다. 여자와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후에 나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복도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물소리 때문에 못 들었으나 미닫이문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스즈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타월로 몸을 감고 욕조를 나왔다. 여자가 복도에 서 있었다. 문을 열어주자 그녀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잠옷을 걸치고 있었다.

 『들어가도 되겠어요?』

 여자가 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들어오면 안된다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들어오라고 하면서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왔어요. 좀더 이야기를 하다가 가도 좋겠어요?』

 『좋습니다, 스즈키 상. 그런데 나는 아직 샤워를 마치지 못해서 옷을 입지 못했어요. 옷을 입고 나오겠습니다.』

 『샤워를 마저 마치세요.』

 나의 어깨에는 비누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여자는 어깨에 얹혀 있는 비누 거품을 입김으로 훅 불어서 날리고 웃었다. 그녀의 몸짓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귀여워서 나도 따라 웃었다. 다음 순간 우리는 함께 수작을 부리는 듯했고, 그것을 느끼자 내 얼굴이 확 붉어졌다. 나는 재빨리 욕조로 들어갔다. 비누 거품을 물로 씻어내면서 대충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욕조 문이 열리면서 스즈키가 성큼 들어섰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설 것으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얼른 몸을 가렸다. 그런데 여자는 잠옷을 벗은 채 알몸이었다.

 욕조의 밝은 백열등에 비쳐 여자의 몸은 유난히 희고 통통했다. 젖무덤은 둥그스름하면서 부풀어 올라 있고, 유방 가장자리에 브래지어 자국이 흐릿하게 그늘져 있었다. 여름에 브래지어만을 하고 햇볕을 쪼였던 자국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스즈키 상, 왜 이러시오?』

 나도 모르는 순간에 항의하듯이 물었다. 왜 이러는지 그것을 몰라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 질문은 완고한 관념으로 무장한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하였다. 왜 이런가. 그것은 그녀에게 던질 질문이 아니고 나 자신에게 보낼 물음이다. 이미 같이 여행을 온 것 자체가 그것을 예상하지 않았던가.


브랜드 뉴스룸